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주말부터 2주짜리 휴가를 즐기는 사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여름 외교농사’가 눈부시다. 관계가 불편했던 나라들과 잇따라 화해하고 경제적 결실도 알차다.
푸틴은 9일(현지시간)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와 전화통화를 갖고 “양국 관계가 그동안 매우 나빴다”고 평가하면서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고 영국 BBC방송과 러시아 관영매체 RT가 나란히 보도했다. 양국 정상은 조만간 직접 만나기로 했다. 이르면 다음 달 4∼5일 중국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회동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관계는 2006년 러시아 첩보원 알렉산더 리트비넨코가 영국에서 독살된 이후 악화됐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에 유럽연합(EU)이 제재에 나서면서 사이는 더욱 틀어졌다. 하지만 이번 전화통화와 향후 만남을 통해 관계회복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협상을 앞둔 시점에서 양국의 ‘예상 밖’ 밀착은 EU에도 적잖은 타격이 될 수 있다.
앞서 푸틴은 러시아를 방문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만나 터키와의 관계 회복에 나서기로 전격 합의했다. 지난해 11월 터키가 영공 침해를 이유로 러시아 전폭기를 격추한 뒤 최악으로 치닫던 양국 관계가 9개월 만에 회복 국면으로 전환된 것이다. 러시아는 전폭기 격추를 “등에 칼을 찌른 행위”라면서 경제 제재를 가했다. 에르도안은 푸틴을 만난 뒤 “러시아는 터키의 진정한 친구”라면서 “중단된 러시아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프로젝트와 러시아산 원전 건설 계약도 재추진하겠다”고 화답했다.
AP통신은 “쿠데타 이후 반정부인사 탄압으로 미국과 EU의 비난이 거세진 상황에서 터키가 러시아와 밀착해 견제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푸틴은 전날에는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을 만나 이란과 아제르바이잔을 연결하는 ‘남북 수송로’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합의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탈EU’ 영국, 러시아와 밀착… 메이-푸틴 조만간 정상회담
입력 2016-08-10 18:34 수정 2016-08-10 2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