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스포츠 특사’ 격으로 파견한 최룡해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뾰족한 외교적 성과 없이 응원과 관광으로 소일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 4일(현지시간) 오전 리우 현지에 도착한 최 부위원장은 당초 지구촌 스포츠 축제를 찾은 각국 고위급 인사들과 만나 활발한 스포츠 외교를 펼칠 것으로 전망됐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7일 최 부위원장이 리우 도착 첫날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주최한 호텔 만찬에서 각국 IOC 위원 및 정상급 대표들과 만났다고 보도했다. 특히 다음날인 5일에는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 권한대행과 회동을 갖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보내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 위원장이 테메르 권한대행 등 브라질 고위 인사들과 면담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일부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브라질 외교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북한에서 부통령급 고위 인사를 파견한 것은 알고 있으나 테메르 권한대행 등과 접촉하지는 않았다”고 부인했다. 전날 환영만찬에서 가볍게 인사를 나눈 이외에 개별적인 회동은 없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최 부위원장이 테메르 권한대행 등 브라질 고위급 인사들과 접촉하기 위해 수차례 시도했으나 거절당했다는 소문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서도 외교부 관계자는 소문의 진위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지만 별도 회동 자체는 이뤄지지 않았음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최 부위원장은 대신 북한 선수들이 출전하는 경기장에 두루 모습을 드러내며 응원에 열을 올렸다. 그는 7일 역도경기장에 이어 8일에는 탁구경기장을 찾아 북한 김송이 선수를 응원했다. 김 선수가 8강 진출에 성공하자 선수와 코치를 격려하고자 경기장으로 내려가다가 취재진과 실랑이를 빚기도 했다. 9일에는 양궁경기장을 찾아 16강에 오른 북한 강은주 선수를 격려했다.
탁구 경기 이후 최 부위원장은 김철학 브라질 주재 북한대사 등 5명과 함께 리우데자네이루의 랜드마크 예수상을 찾기도 했다. 이들이 예수상을 관광하는 모습은 브라질 교민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한편 삼성전자가 전 선수단에게 돌리기 위해 리우올림픽 측에 제공한 갤럭시 S7을 북측 관계자가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선수촌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선수단도 스마트폰을 수령해 갔으나 누가 받아갔는지는 확실치 않다. 북한 올림픽위원회는 현재 선수들에게 이를 지급하지 않고 있으며 올림픽이 끝나고 선수들에게 지급할지 아니면 압수할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응원·관광만 하는 북한 ‘스포츠 특사’
입력 2016-08-10 1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