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의 입이 또 사고를 쳤다.
트럼프는 9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윌밍턴 선거유세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헌법에 명시된 총기소지 조항을 폐지하면 총기소지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암살 사건이 적지 않은 미국 정치상황을 생각하면 매우 위험한 발언이다.
당장 클린턴 측은 “암살을 부추기는 발언”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당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은 “이건 암살 협박”이라며 “국가적 비극과 위기 가능성을 심각하게 고조시킨다”고 비난했다. 마이클 하이든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어떤 의도로 말했느냐보다 사람들이 어떻게 들었느냐가 더 중요하다”면서 “그의 발언이 유머라고 하더라도 미국 역사에 만연한 정치적 암살에 놀라울 정도로 둔감한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더욱이 트럼프의 발언은 사실관계도 틀렸다. 클린턴은 총기규제를 추진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총기소지 자체를 금지하겠다고 말한 적은 없다. 그러나 트럼프는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면 총기소지 권리를 명시한 헌법 2조를 뒤집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일며 비난이 거세자 트럼프 측은 “클린턴을 찍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였다”고 해명했다. 제이슨 밀러 트럼프선거캠프 대변인은 “헌법 2조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강하다는 점을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번 발언도 트럼프의 ‘막말 리스트’에 추가됐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정적에 대한 폭력을 사주하는 것으로 비쳐진 발언으로 트럼프는 또 곤경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한편 공화당의 1인자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트럼프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당내 경선을 가볍게 통과해 오는 11월 대선과 동시에 열리는 하원의원 선거에 9번째 도전하게 됐다. 라이언은 위스콘신 제인스빌에서 열린 당내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트럼프가 지지했던 폴 넬런을 압도적인 차이로 눌렀다. 사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 등 트럼프 측 인사들은 라이언에게 도전한 넬런의 선거운동을 돕는 등 견제가 적지 않았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힐러리 암살 교사?… 트럼프의 위험천만 총기발언
입력 2016-08-10 1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