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9일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개편하라는 여론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산업부는 “하루 4시간 정도씩 합리적으로 에어컨을 틀면 ‘전기료 폭탄’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에어컨을 적절하게 사용하면 큰 부담이 되지 않고, 주택용 전기요금을 원가 이하로 공급하고 있으며, 누진제를 완화하면 전력 대란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현실감이 떨어진 산업부의 누진제 개편 반대 논리는 폭염으로 생고생하는 민심에 불을 지른 격이 됐다. 산업부를 질타하는 비난 여론이 사이버공간을 도배했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1970년대 초반에 도입된 뒤 요금 체계가 조금씩 바뀌었다. 후진국형 제도라는 지적에 일리가 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온 상승과 맞물려 해마다 전기 사용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더 이상 과거의 요금 체계를 고집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가정용 전기요금의 누진율이 11.7배나 되는 것도 문제다. 미국 1.1배, 일본 1.4배, 대만은 2.4배로 우리나라에 비해 차이가 크지 않다. 누진제 완화를 블랙아웃 위기의 원인으로 보는 정부 주장도 과장된 측면이 크다. 전체 전기 사용량 중 가정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14% 안팎이기 때문이다.
급기야 누진제 개편 문제가 정치 현안으로 떠올랐다. 야당에 이어 여당도 누진제 개편을 고려하고 있다. 여야 개편안에는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누진율을 크게 줄이자는 방향은 같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누진단계를 현행 6단계에서 3단계로, 누진율을 2배로 줄이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조경태 새누리당 의원은 10일 “궁극적으로 전기요금 누진제를 폐지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당장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6단계를 3단계로, 누진율을 1.4배로 완화한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국회는 서민 피해를 없게 하면서 현실에 맞게 누진제를 개선하기 바란다.
[사설] 전기료 누진제 개선하되 서민 피해 없게 하라
입력 2016-08-10 17:53 수정 2016-08-10 2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