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괜찮아…] 2연패 빗나갔지만 ‘후회없는 도전’

입력 2016-08-11 00:16

“한국으로 돌아가면 여행을 갈 거예요. 나에 대한 선물이에요. 예약도 다 했어요.” 올림픽 2연패 달성에 실패한 ‘특급 사수’ 김장미(24·우리은행·사진)가 환하게 웃었다. 무거운 짐을 내려놨다는 홀가분함이 아쉬움보다 더 큰 것 같아 보였다.

김장미는 9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데오도르 올림픽 사격센터에서 열린 사격 여자 권총 25m 본선에서 582점을 기록했다. 전체 40명 중 9위를 차지해 상위 8명이 겨루는 결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2012 런던올림픽 당시 깜짝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장미는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이번 대회에서 각각 금·은·동메달을 차지한 안나 코라카키(20·그리스), 모니카 카르쉬(34·독일), 하이디 디텔름 거버(47·스위스) 등과 금메달을 놓고 다툴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결선행 티켓을 확보하지 못했다. 함께 출전한 황성은(23·부산시청) 역시 합계 577점으로 18위를 기록해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북한 사격 대표팀의 조영숙(28)은 결선에 진출했으나 7위에 그쳤다.

마지막 한 방이 주는 중압감은 컸다. 김장미는 5분에 5발씩 모두 30발을 쏘는 완사(300점 만점)에서 288점을 쏴 20위에 그쳤다. 이내 절치부심, 3초에 1발씩 모두 30발을 쏘는 급사(300점 만점)에서 294점으로 선전하며 메달 가능성을 높였다. 큰 실수만 없으면 결선은 무난히 밟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5발에서 46점으로 흔들리며 결선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마지막 한 방(8점)은 야속하게 빗나갔다.

김장미는 각각 6∼8위로 결선에 오른 조영숙, 거버, 예카테리나 코슈노바(28·러시와)와 같은 582점을 기록했다. 사격에서는 동점의 경우 표적 가장 안쪽 원(10.4점)에 명중시킨 횟수를 따져 순위를 가린다. 김장미는 이 명중 횟수가 20번으로 다른 3명보다 적어 결국 고배를 마셔야 했다. 올림픽 2연패를 향한 도전도 그렇게 멈췄다.

경기를 마친 김장미의 얼굴에선 아쉬움이 묻어났다. 김장미는 “그렇게 긴장되지 않았는데, 완사 기록이 좋지 않았다”며 “급사 막판에 그런 점수가 나올 줄 몰랐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하지만 고개를 떨구거나 눈물을 훔치지 않았다.

겁도 없이 금메달을 따낸 4년 전 런던올림픽과 달리 ‘금메달리스트’ ‘올림픽 2연패’라는 타이틀과 언론의 관심은 김장미에게 부담이었다. 진종오(37) 등 사격 대표팀의 부진도 어깨를 짓눌렀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당찼다. 김장미는 “타이틀이 부담됐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재미있게 시합했다”고 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