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브리핑] 한반도에선 냉랭해도… 리우선 따뜻한 南北

입력 2016-08-11 00:54
북한 여자 양궁의 강은주가 10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양궁 여자 개인전 토너먼트에서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아래 사진은 강은주와 16강전을 치르는 한국의 베테랑 장혜진이 개인전 32강전에서 화살을 날리는 모습.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뉴시스
한국 여자 체조 국가대표 이은주(오른쪽)가 북한 대표인 홍은정과 함께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셀카를 찍는 장면을 미국 정치학자 이언 브레머가 9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이언 브레머 트위터 캡처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의 맏언니 장혜진(29)은 2013년 5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양궁연맹(WA) 1차 월드컵에서 북한의 신예 강은주(21)를 처음 만났다. 국제무대 데뷔전에 나선 강은주는 여덟 살 많은 장혜진을 스스럼없이 ‘언니’라고 불렀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활을 잘 쏘는지 물어봤다. 장혜진은 그런 강은주가 너무 예뻐 보였다. 이후 둘은 국제대회에서 만나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우애를 나눴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출전한 둘은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장혜진과 강은주는 11일 오전 10시31분(현지시간·한국시간 11일 오후 10시31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리는 양궁 여자 개인전 16강전에서 맞붙는다. 리우올림픽 첫 남북대결이다. 한국 언니와 북한 동생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승부를 벌인 뒤 따뜻한 포옹을 나눌 것이다. 북한 선수로는 유일하게 리우올림픽 양궁에 출전한 강은주(세계랭킹 72위)는 개인전 예선 랭킹라운드(순위결정전)에서 한때 4위권에 진입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최룡해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10일 양궁 경기장을 찾아 32강전에서 크리스틴 비에렌달(스웨덴)을 꺾고 16강에 오른 강은주를 찾아 격려했다. 그동안 한국 양궁은 북한 양궁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국제대회에서 만나면 환경 변화에 대한 빠른 적응, 원래 지닌 경기력 이상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기법 등의 노하우를 알려주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탈북자가 잇따르자 북한 당국의 경호가 심해져 한국 선수들은 북한 선수와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다.

리우올림픽에서 남북 선수 간 우애는 체조에서 싹텄다. 여자 기계체조에 출전한 이은주(17)는 지난 4일 훈련 때 북한의 홍은정(27)과 스마트폰으로 셀카를 찍었다.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은주는 2013년 한국으로 건너왔다. 이런 성장 배경 때문에 이은주는 스스럼없이 홍은정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둘이 웃으면서 다정한 모습으로 셀카를 찍는 모습은 로이터통신에 보도돼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10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셀카를 찍기 위해 손을 앞으로 뻗은 이은주의 모습을 보고 “위대한 몸짓”이라며 “우리가 올림픽에서 이러한 몸짓을 여러 번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은 “그들이 찍은 따뜻한 사진 한 장이 많은 한국인을 기쁘게 했다”며 “이 셀카는 얼어붙은 남북 관계가 조금이나마 녹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타전했다. 미국 정치학자이자 유라시아 그룹 회장인 이언 브레머는 둘의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이것이 우리가 올림픽을 하는 이유”라고 전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