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상당산성. 성벽 위 걷다보면 여름하늘이 손에 닿을락말락

입력 2016-08-10 18:50
충북 청주의 상당산성을 찾은 관광객이 성곽길을 따라 서문인 미호문으로 향하고 있다. 움츠린 호랑이 지형의 목에 성문을 세워 호랑이가 떠나지 못하게 했다고 전해진다.
담벼락과 전봇대의 벽화가 어우러진 청주 수암골
드라마 ‘영광의 재인’ 촬영지 ‘영광이네’
‘제빵왕 김탁구’에 나온 ‘팔봉제빵점’
상당산성 성곽길. 멀리 공사중인 남문이 보인다.
충북 청주시와 청원군이 청주시로 통합된 지 2년. 청주시의 도심·역사 관광자원에 청원군의 자연·마을 관광자원이 더해지면서 청주를 찾는 발걸음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먼저 청주시 동북쪽 상당산성으로 가보자. 옛 청원군과의 경계를 이루는 상당산(492m) 위를 두른 산성이다. 보은의 삼년산성과 함께 충북의 대표 산성으로 꼽힌다. 삼국시대에 청주가 백제의 상당현에서 유래했다. 그 시절부터 쌓인 것으로 추정되는 토성은 조선시대까지 누대에 걸쳐 수축·개축되면서 청주의 보루 역할을 했다.

임진왜란 때 원균이 충청병사로 있던 1592년 수축한 적이 있고 숙종 42년(1716년)부터 4년에 걸친 공사 끝에 석성으로 개축됐다. 영조 7년(1731년)에 남문의 문루를 세우는 등 대대적인 보수를 했다. 지금 남아 있거나 복원된 성곽시설은 남·동·서의 세 문, 세 개의 치성, 동북쪽과 서북쪽 성벽의 암문 두 개, 장대 두 곳이며 포루 자리가 열다섯 군데다.

산성에 올라서기 위해 공남문으로 향했다. 사적 제212호로 지정된 상당산성의 정문이자 남문이다. 성문은 홍예문(虹霓門·무지개처럼 윗부분이 둥근 문)으로 도깨비문양이 그려져 있는 것이 특이하다. 정면 3칸·측면 2칸의 문루(門樓) 천장에는 불을 다스리는 남쪽의 수호신인 주작 그림이 있다.

성문이 뚫려도 쉽게 들어서지 못하도록 성문 뒤쪽에 옹벽이 있는 것도 이채롭다. 바깥쪽으로 옹성이나 적대 등 성문을 보호할 시설이 없는 대신 성문을 드나들 때 반드시 꺾여 드나들도록 해놓은 것이다. 문루를 통해 성벽 위로 올라갈 수 있지만 지금은 보수공사중이어서 접근이 금지돼 아쉽다.

남문 부근에만 치성이 세 곳 있다. 치성은 성벽 바깥으로 네모지게 내밀어놓은 부분이며 벽면에 바짝 붙은 적을 공격하기 위해 필요한 시설이다. 산성은 대부분 성벽이 구불구불하므로 따로 치성이 필요 없는 경우가 많지만 상당산성 남문에는 옹성도 없는 데다 남쪽 벽에 거의 굴곡이 없기 때문에 이처럼 치성을 두어 보강한 것이다. 성 안쪽에 들어서면 길은 두 갈래로 이어진다. 4.2㎞ 길이의 성벽 위를 걷는 성곽길과 나란히 이어지는 숲길이다. 성곽길은 탁 트인 경관을 조망하기에는 그만이지만 한여름 따가운 햇볕을 견뎌야한다. 안쪽으로 이어지는 숲길은 시원한 그늘과 여유를 내준다. 숲길을 걸으며 전망좋은 곳에서 성곽길로 잠깐잠깐 드나들면 멋진 풍광을 조망할 수 있다.

조선시대 산성의 원형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는 상당산성은 여름하늘과 맞닿아 있다. 상당산의 능선을 따라 남문에서 서문으로 이어진 높이 4∼5m의 성곽을 걸으면 하늘은 손에 닿을 듯 가깝고 발아래 장쾌한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성 바깥쪽으로 청주 시내와 무심천, 멀리 미호천과 증평평야까지 내다보인다.

곳곳에 조그만 문이 뚫린 것을 볼 수 있다. 암문이다. 적의 눈을 피해 몰래 사람이나 식량 등이 드나들도록 만들어놓은 숨은 문이다. 암문은 보통 적에게 들켰을 때 급히 막아버릴 수 있도록 안쪽에 흙과 돌을 쌓아 층을 이루도록 해놓았다.

성곽 아래로 내려서면 자그마한 호수가 있다. 호수 주위에는 청국장과 두부 등 토속음식을 내는 소박한 식당이 모여 있어 출출함을 달랠 수 있다. 마을 입구의 ‘상당집’은 직접 만든 두부와 청국장, 비지장을 내는 식당으로 점심시간이면 대기하는 줄이 길다. 호수 왼편에는 상당산성으로 오르는 성벽 길이 있다. 이 길을 따라 오르면 상당산성의 공남문으로 연결된다.

이어 우암산 자락에 자리한 산동네 수암골로 향한다. 6·25전쟁 때 피란민이 정착한 이 마을에 2007년 충북 예술인들이 공공 미술 프로젝트로 마을 담장에 그림을 그리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마을의 골목과 어우러진 벽화를 보기 위해 알음알음 찾는 이가 늘었고, 이후 드라마 ‘카인과 아벨’ ‘제빵왕 김탁구’ ‘영광의 재인’ 등 촬영지로 입소문타면서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드라마 촬영 당시 사용된 건물도 남아 있다. ‘제빵왕 김탁구’에서 주인공이 빵을 만들던 팔봉제빵점, ‘영광의 재인’에서 국수를 판매하던 ‘영광이네’ 집 등이다. 탁구가 만든 보리밥빵, 영광이네 우동 등 드라마의 추억이 더해진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여름 한낮 더위를 피해 쉬어 가기 좋은 공간이다.

여행자를 위한 편의 시설도 크게 늘었다. 공용 주차장, 공중화장실, 식당, 카페 등이 마을 외곽 곳곳에 자리했다. 우암산 순환도로에서 이어지는 마을 위쪽 도로변에는 카페골목이 형성됐을 정도다. 저녁 무렵 수암골을 찾는다면 수암골 전망대가 명소다. 마을은 물론 청주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청주의 일몰과 야경을 볼 수 있다.

다음달 2일부터 8일까지 청주시 일원에서 세계 무림계의 지존들이 실력을 겨루는 ‘2016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이 올해 처음 열린다. 60여개 국가, 2100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하는 세계 종합 무예 경기대회다. 검도, 유도, 태권도, 택견 등 15개 정식종목에 브라질의 카포에이라 연무와 격파 등 기록경기가 추가됐다.

김응상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장은 “충북은 바다가 없는 내륙이지만 맑고 깨끗한 산과 계곡에서 시원하게 여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라며 “특히 청주는 도시와 농촌 관광요소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여행지”라고 말했다.

청주=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