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예수 찾아온 동방박사, 이름 아세요?

입력 2016-08-10 19:43
일러스트=이영은
요즘 사람들, 이름 내기 참 좋아한다. 그리스도인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일례로 단체 하나를 조직할 때 보면 총재 회장 부회장 위원 사무총장 등 얼마나 많은 직함이 있는지 모른다. 그것으로도 부족해 직함 앞에 ‘명예’ ‘원로’ ‘공동’ ‘수석’ 같은 단어를 붙여 더 많은 이름을 등장시킨다. 예수님은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수고하는 작고 낮은 자들을 불러 사용하셨는데 말이다.

이 책은 이런 이름 없는 자들의 이야기다. 아기 예수님을 찾아온 동방박사들, 나아만 장군을 살린 여종과 부하들, 중풍 병자를 침대에 실어 예수님께 데려온 네 사람, 가나 혼인 잔칫집의 하인들, 오병이어를 드린 한 소년…. 이들의 공통점은 ‘이름이 없다’는 거다. 성경 어디에도 그들의 이름은 기록돼 있지 않다. 그러나 아브라함 모세 요셉 다윗 등 성경의 ‘유명인사’들 만큼이나 그들의 존재 역시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다. 이름은 없지만 예수님을 믿고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따라 살았던 이들 ‘무명인사’의 행적을 성경은 자세히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인 원용일 직장사역연구소장은 이런 성경 속 무명인사들을 선정해 그들의 믿음과 행함을 전함으로써 이름보다 더 중요한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배울 것을 권면한다. 그러면서 그들에게 새로운 이름 짓기를 시도한다.

먼저 예수님을 찾아온 동방박사들에겐 ‘열정’이 어울린다. 그 열정 하나로 수천㎞를 달려온 동방박사들은 자신들을 인도한 별이 예수님이 태어나신 곳에 머물자 크게 기뻐했고(마 2:10) 구유에 놓인 아기 예수께 준비해간 황금과 유향, 몰약을 드렸다. 당시 유대인들은 왕으로 오실 메시야를 기다렸지만 정작 베들레헴 가까이에 사는 이들은 아무도 예수님을 찾아가지 않았다. 동방박사들은 이방인이었음에도 열정이 있었기에 주님을 만날 수 있었다.

가나의 혼인 잔칫집 하인들은 ‘순종’으로 섬겼다. 예수님이 복음을 전하는 일을 시작했을 무렵, 갈릴리지방 가나에서 혼인 잔치가 열렸다. 예수님의 어머니도 참석하신 것으로 봐선 예수님의 친척집이 아니었을까 싶다. 잔치가 한창 열리고 있는데 포도주가 떨어졌다.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예수님은 하인들에게 항아리에 물을 채우라 명하신다. 하인들은 온전히 주님 말씀에 순종했다. 그 결과 결핍과 부족함으로 안타까운 상황에 처한 혼인 잔칫집은 풍요와 기쁨의 현장으로 변할 수 있었다.

예수님에게 오병이어를 드린 소년에게선 ‘희생’을 엿볼 수 있다. 그의 희생은 5000명의 사람들을 배불리 먹였고, 이는 곧 하나님 나라의 풍성함을 보여주는 촉매제가 됐다.

이방인을 향한 복음 전파의 첫걸음을 뗀 흩어진 성도 역시 이름도 없는 이들이다. “그 중에 구브로와 구레네 몇 사람이 안디옥에 이르러 헬라인에게도 말하여 주 예수를 전파하니.”(행 11:20) 저자는 안디옥에서 복음을 듣고 회심한 구브로 섬과 구레네 지방(이집트 서쪽 리비아 지역) 출신의 전도자들을 ‘개혁자’라 부르며 이들 개혁자에 의해 이방인을 향한 복음 전파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말한다. “이름 없는 사람들, 어떻게 복음을 전해 들었는지도 알 수 없던 몇 사람, 그들이 기독교의 역사에서 중요한 일을 했다. 유대인만이 아닌 이방인에게도 복음을 전하는 복음 전파의 개혁은 이렇게 이름 없는 몇 사람이 감당했다.”(248쪽)

책에 등장하는 이들 무명인사에겐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 평신도들이다. 그래서 우리의 일상, 즉 일터나 가정, 학교, 교회 등의 현장에서 하나님 나라와 하나님의 의를 위해 어떤 가치를 따라가며 살아가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 가치는 무명인사들에게 새롭게 붙여진 이름, 열정 순종 희생 개혁 외에 팀워크 감사 회복 등이다. 대다수 이름 없는 이들에게 유익한 책이지만 직장인이라면 꼭 읽어볼 것을 권한다. 무명인사들의 이 같은 삶의 가치를 통해 각자의 일터에서 적용해볼 수 있는 교훈들, 리더십의 덕목, 대인관계의 미덕 등이 국내외 간증 사례들과 잘 어울려 소개돼 있다.

글=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일러스트=이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