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새 지도부에 친박(친박근혜)계가 대거 입성하면서 친박 주류의 당 장악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으로선 임기 후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할 ‘친정체제’를 구축했다는 의미가 있다.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이정현 신임 대표가 당권을 거머쥐면서 당청관계도 한동안 순풍을 타게 됐다.
당내 권력 친박 싹쓸이
이 대표는 9일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지금 이 순간부터 새누리당에는 친박, 비박(비박근혜) 그리고 그 어떤 계파도 존재할 수 없음을 선언한다”고 했다. 영어로 “함께하고, 함께 가자(Do together, go together)”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내 권력구도는 완전히 친박계로 기운 모양새다. 당의 주요 의사를 결정·집행하는 최고위원회는 당연직 최고위원인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광림 정책위의장, 이 신임 대표의 임명을 받는 지명직 최고위원 1명 등 9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 3분의 2인 여섯 자리를 친박계(이정현 김광림 조원진 이장우 최연혜 유창수)가 차지한 것이다. 김무성 전 대표 측근인 강석호 의원이 사실상 유일한 비박계다.
새 지도부에선 친박 주류의 당 운영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견제 세력이 마땅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2년 전 출범한 ‘김무성 체제’ 때에는 서청원 의원을 필두로 한 친박 최고위원들이 번번이 김 전 대표의 ‘독주’를 막았다. 이런 이유로 이 대표가 ‘낀박’(친박과 비박 사이에 끼었다는 의미)으로 불리는 정 원내대표와 ‘투 톱 체제’를 어떻게 정립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관측도 있다.
당청관계에선 청와대에 무게추가 더욱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스스로 거스르기 어렵다는 측면에서다. 당청관계는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떨어지지만 그만큼 대야(對野) 관계는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당내에선 총선 참패 이후 도마에 올랐던 ‘친박 패권주의’가 되살아나고 수직적 당청관계 부작용이 재발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화약고인 계파 갈등을 어떻게 최소화할지도 이 대표의 중대 과제다.
친박 조직력에 與 지지층 결집
이 대표가 비박 단일 후보인 주호영 의원을 여유 있게 누른 데는 친박 주류의 조직력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총선 패배 이후 새누리당의 전통적 지지자들 사이에서 고조됐던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출마 의사를 처음 밝혔을 때만 해도 이 대표는 ‘다크호스’ 정도로 평가됐다. 하지만 최경환 의원의 ‘백의종군’ 선언에 이어 서청원 후보 추대까지 불발된 뒤 친박계는 이 대표에 대한 물밑 지원을 본격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영 한선교 후보가 ‘마이웨이’를 하는 가운데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렸던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오더’가 내려갔다는 것이다.
김 전 대표 등 당내 비주류가 단일 후보인 주호영 의원을 지지하는 움직임을 노골화하면서 되레 친박 표가 결집했다는 해석도 있다. 실제 전대를 코앞에 두고 친박과 비박 진영에선 각각 이 의원과 주 의원을 밀어주자는 문자메시지가 나돌았다. 친박계 한 의원은 “서청원 최경환 의원 등도 막판에 이정현 후보로 기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날 박 대통령이 전대 현장을 직접 찾아간 게 이 대표 당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있다. 당내에선 호남 출신 새누리당 대표가 처음 탄생하면서 지역 구도를 허무는 당의 외연 확대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친박 당권 싹쓸이… 당청관계는 ‘순풍’ 예고
입력 2016-08-09 21:53 수정 2016-08-10 0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