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대망론’ 재점화… 김무성·오세훈은 타격

입력 2016-08-09 21:43 수정 2016-08-09 21:47
2006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전당대회는 8·9전대와 마찬가지로 대선을 1년여 앞두고 치러졌다. 당시 당원들은 ‘이명박·박근혜 두 잠룡의 대권 가도에 누가 당대표가 되는 게 유리한가’를 놓고 고민했다. 친박(친박근혜)계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이재오 후보가 아닌 강재섭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다. 그러나 친박계의 기대와 달리 강 후보는 대표 취임 이후 내내 박근혜 대통령이 아닌 이 전 대통령에 유리한 당 운영을 했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8·9전대에서도 ‘오더 투표’ 논란이 뜨거울 정도로 친박계와 비박(비박근혜)계 표심은 뚜렷이 엇갈렸다. 특히 누가 당대표가 되느냐에 따라 잠룡들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다. 하지만 당 관계자는 9일 “당대표가 대선 경선 관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인사임은 분명하지만 여론을 인위적으로 뒤집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국민 지지를 가장 많이 얻어내는 주자가 당권과 관계없이 내년 이후 사실상 당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도드라지는 주자가 없다는 점 때문에 10년 전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계파주의 비난을 무릅쓰면서까지 전대 레이스 막판 비박계 단일후보 주호영 후보를 공개지지한 김무성 전 대표와 오세훈 전 시장 등은 친박계 핵심 이정현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된 데다 최고위원들마저 친박계가 장악함에 따라 적지 않게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와 함께 대권가도 역시 평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이 의원의 당대표 등극으로 답보상태였던 ‘반기문 대망론’이 재점화할 가능성도 크다.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이 신임 대표가 적극 지원에 나설 경우 청와대와 친박계 핵심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영입을 통한 정권 재창출 시나리오를 본격 가동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친박계 한 의원은 “대구·경북(TK)과 충청 연합은 반기문 대망론의 근간이고 그 부족함은 호남 출신 당대표가 메워줄 수 있다”고 했다. 당대표에 이은 당 서열 2위인 정진석 원내대표도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데다 지역기반도 충청권이어서 반기문 대망론에 힘을 보탤 가능성이 크다.

전대에서 세력의 한계를 실감한 비주류인 비박계도 일찌감치 ‘후보 띄우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전대 기간 내내 최대한 언행을 자제했던 유승민 의원이 본격 대권 행보에 나설 경우 비주류의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총선에 이어 전대에서도 상처를 입은 김 전 대표와 오 전 시장도 민심행보 강화와 경제문제 등 현안과 관련해 청와대나 친박계 핵심과 각을 세우면서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으로 전망된다. 비박계 단일화에 막후 역할을 한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는 부족한 당내 입지를 전대를 통해 확보하려는 시도는 일단 실패했다. 하지만 기존 후보군이 안정적 지지율 확보에 애를 먹는다면 언제든지 당내의 시선은 이들에게 쏠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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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