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쌍방은 현재의 한·중 문제에 대해 깊이 있고 솔직한 대화를 나누었다. 한·중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었다.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지 의견을 교류했다.”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방중 이틀째인 9일 베이징 판구(盤古)연구소에서 중국학자들과 2시간30여분의 좌담회를 마치고 발표한 공동 발표문이다. 문구 조율에만 30분 가까이 걸린 것이지만 허탈한 수준의 내용이다.
사정을 들여다보니 공동 발표문 작성 과정에서 팽팽한 기싸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영호 의원은 “중국 쪽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인 사드(THAAD) 반대를 공동발표문에 넣자고 하는 바람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의원들이 ‘그렇다면 발표문에 북핵 반대 입장도 함께 넣자’고 요구해 중국 측이 막판에 사드 반대 삽입 입장을 접었다”고 전했다.
판구연구소는 2014년 대학 및 민간 연구기관 학자들이 함께 설립한 싱크탱크다. 좌담회에는 왕둥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부교수 외에 왕쥔성 사회과학원 연구원과 중앙당교 학자 등 관변 학술기관 학자들이 참석했다. 참석 의원들은 “전날 좌담회를 가졌던 베이징대 교수들은 중국 입장도 있지만 한국도 이해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판구연구소 좌담회 참석자들은 사드 문제에 주장이 강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좌담회 도중 중국 측에서 “사드 배치 결정으로 혈맹에서 정상국가 관계로 변한 북·중 관계가 다시 혈맹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신동근 의원은 “중국의 반대가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사드 배치 발표 시점이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의 남중국해 영유권 판결이 나온 직후여서 중국이 상당히 격앙됐다는 얘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판구연구소 좌담회에는 베이징대 좌담회에서는 볼 수 없었던 중국 언론도 취재에 나섰다. 신화통신, 차이나데일리, 환구시보 등 10개 가까운 매체가 참석했다. 환구시보는 좌담회 주최 측이 당초 회의를 공개하려다 비공개로 변경했다고 전했다.
방중 의원들은 이날 오후 베이징의 한 식당에서 한국 특파원들을 만났다. 약속시간보다 2시간이나 늦게 시작했다. 한국에서의 비난여론을 의식한 듯 상당히 조심스러워했다. 김 의원은 “공개된 일정을 보면 알 수 있듯 중국학자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변화되는 한·중 문제를 진단하자는 게 목적이었다”면서 “하지만 새누리당과 대통령까지 나서 발언을 하는 바람에 외교적 문제로 비화됐다”고 곤혹스러워했다. 소병훈 의원도 “차분히 얘길 듣고 왜곡된 부분을 바로잡자는 생각이었는데 우리의 행보가 너무 침소봉대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중국학자들을 만나 우리가 사드 반대 입장을 갖고 있다는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김장수 주중대사와의 면담 무산 배경도 언급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당초 김영호 의원실에서 방중 전 외교부로 공문을 보내와 김 대사와의 조찬 주선 협조 요청을 해 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의원 측은 “중국에 오면 김 대사와 면담이 어떻겠냐고 먼저 연락이 와서 9일 조찬을 하기로 하고 공문을 요청해 보냈다”고 주장했다. 이후 출국 직전인 8일 새벽 대사관으로부터 조찬이 어렵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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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발표문에 ‘북핵 반대-사드 반대’ 명시 싸고 기싸움”
입력 2016-08-10 0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