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이정현 의원(3선)이 9일 새누리당 새 대표로 선출됐다. 호남 출신 첫 새누리당 대표다. 그는 호남 출신도 새누리당 대표가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지역감정 완화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여당 불모지인 호남으로 외연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들을 만하다. 아울러 대표뿐 아니라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친박계가 상위권을 휩쓸어 친박이 새누리당 최대 세력임을 재확인시켰다.
새누리당은 대표와 함께 최고위원 5명을 선출함으로써 4·13총선 참패에 따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청산하고 정상체제로 복귀했다. 이 신임 대표는 대외적으로 여소야대 하에서 정국을 주도할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고, 대내적으로는 계파 갈등 수습과 혁신을 추진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이정현호’의 순항을 장담할 수 없는 요소들이다.
이번 전당대회의 가장 큰 의미는 12년 만에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대표 권한이 최고위원과 별반 다른 게 없어 위기 대처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대표최고위원’ 명칭도 ‘대표’로 바꾸고 권한을 집중시켰다. 이 대표는 과거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했던 당직 인사권을 사실상 전권으로 행사할 수 있다. 이처럼 막강한 권한이 친박에 주어짐으로써 비박의 입지는 그만큼 좁아지게 됐다.
이 대표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우선과제는 계파청산이다. 전당대회 핵심 화두 역시 계파청산이었다. 그러나 대표 경선이 진흙탕싸움으로 과열되면서 오히려 계파갈등이 더욱 첨예화, 노골화됐다. 승패는 친박의 완승으로 결정났지만 전당대회 과정에서 쌓인 친박과 비박의 상처가 너무 크고 깊다. 해묵은 이 갈등을 수습하지 못하면 새 대표는 ‘반쪽대표’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친박 색채가 강하다. 이것이 청와대와의 소통에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당을 이끌어가는 과정에선 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다. 당의 노선과 정체성을 둘러싸고 비박과 곳곳에서 충돌할 개연성이 농후하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선 당 혁신 작업이 동력을 받지 못한다.
우려되는 것은 당청관계가 청와대 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 대표가 대통령 핵심 측근이라는 특수관계에 얽매여 청와대 참모 역할이나 한다면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명실상부한 수평적 관계가 되도록 당청관계를 확고하게 정립시켜야 한다. 대통령에게 ‘아닌 것은 아니다’고 직언할 수 있는 토대가 정착돼야 국정운영이 원활해진다. 이 대표가 수락연설에서 밝힌 ‘섬김의 리더십’을 실천에 옮길 수만 있다면 실패한 대표로 기록되지는 않을 듯하다.
[사설] 새누리 이정현 대표, 계파청산과 혁신에 명운 걸어라
입력 2016-08-09 2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