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의 깬 ‘거위의 꿈’… 이정현, 호남 출신 첫 보수정당 대표 탄생

입력 2016-08-09 21:43 수정 2016-08-10 09:32
이정현 신임 새누리당 대표가 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수락연설을 하며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평소 좋아하는 '거위의 꿈'이란 노래 가사처럼 주위의 비웃음에도 꿈을 키워왔고 이 자리에 섰다"고 말한 이 의원은 새누리당 최초의 호남 출신 당대표다. 이동희 기자

영남에 기반을 둔 보수정당에 첫 호남 출신 당대표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다. 총선에서 지역주의의 벽을 넘은 이 신임 대표는 말단 당직 간사병(丙)에서 시작해 33년 만에 당대표에 등극, ‘무(無)수저’ 출신 성공신화를 만들어냈다. ‘거위의 꿈’이 현실이 됐다. 거위 꿈은 고난과 비웃음을 참고 이겨내 꿈을 이뤘다는 노랫말로 이 신임 대표가 7년째 사용해 온 휴대전화 통화연결음이다. 1984년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후 국회의원 비서로 정계에 입문한 그의 정치이력은 그야말로 ‘칠전팔기(七顚八起)’다. 1995년 광주 광산구에서 민주자유당 후보로 시의원 선거에 출마한 것을 시작으로 호남에서 연이어 도전장을 내밀었다. 결과는 낙선의 연속이었다. 한나라당이 ‘탄핵 역풍’을 맞은 17대 총선 때도 이 의원은 광주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그러나 당시 당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의 눈에 들면서 ‘박근혜 복심’으로서의 그의 새로운 정치인생이 시작됐다.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되며 금배지를 달았지만 그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광주 서을에 도전했다 또다시 낙선했지만 중앙당의 지원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에서 40%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기록, ‘지역주의 타파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홍보수석을 역임한 그는 2014년 7·30보궐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꺾고 전남 순천·곡성에서 당선돼 호남 유일의 새누리당 지역구 의원이 됐다. 특히 선거운동 때 ‘정권 실세’ 이미지 대신 점퍼 차림으로 마을회관을 찾아 지역주민들과 막걸리를 함께하며 소통하는 모습은 이후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4·13총선에서 고향인 곡성이 새 선거구 획정에 따라 떨어져나갔음에도 그는 순천에서 순천시장을 두 번 지낸 더불어민주당 노관규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전당대회 직전 청와대 홍보수석 재직 당시 KBS 세월호 보도개입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됐지만 “불가능은 없다”는 선거 슬로건처럼 그의 질주를 막을 수는 없었다.

이 대표는 9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 총 4만4421표를 얻어 3만1946표에 그친 대구·경북(TK) 출신 비박(비박근혜)계 주호영 의원을 따돌리고 1위에 올랐다. 새 최고위원에는 조원진 이장우 강석호 최연혜(여성 할당)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청년최고위원에는 유창수 글로벌정치연구소장이 당선됐다.》관련기사 3·4면

한장희 이종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