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한교연 통합을 위한 릴레이 기고] 성도들이 냉철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입력 2016-08-09 21:04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이영훈 목사)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대표회장 조일래 목사)의 통합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크게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통합문제는 녹록치 않다. 양 기관이 지닌 태생적 한계,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양 기관 관계자들은 겉으론 통합에 나설 수 있다고 큰소리 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우선 한기총은 홍재철 전 대표회장 때 들어온 이단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직이 느슨해진 틈을 타 한기총에 들어온 이단은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이영훈 대표회장을 압박하고 발목을 잡기 위해 특정 인사를 중심으로 뭉치고 있다. 이들은 한기총의 기득권을 놓치면 보호막이 없어지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자기 자리를 지키려 할 것이다.

한교연도 마찬가지다. 5년 전 맨 바닥에서 어렵게 조직을 만든 만큼 전임 대표회장들의 애착이 어느 누구보다 강하다. 특히 일부 전임 대표회장은 통합 논의에 앞장서고 있는 현직 대표회장의 발목을 잡는 분위기마저 감지되고 있다.

양 기관 직원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조직이 유지돼야 자신의 일자리가 보전되는 만큼 이영훈 조일래 대표회장의 통합 의지와 반대되는 생각을 갖고 있는 인사들이 다수 있다. 한심한 노릇이다.

한기총과 한교연의 임직원들은 통합의 전권을 이영훈 조일래 대표회장에게 과감하게 위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해관계에 묶여 한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한국교회는 이단, 동성애, 이슬람이라는 쓰나미 앞에 놓여 있다. 힘을 합해 대응해도 모자란 판에 진보와 보수로 나뉘고 보수는 또 다시 2개로 갈라져 있다. 각자 한국교회를 대변한다고 하지만 전국교회 성도와 정부 입장에선 한심스러운 이야기일 뿐이다.

만약 한기총과 한교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지금처럼 교회의 당면과제 앞에 손을 놓고 제 역할을 못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정보가 순식간에 전달되는 시대다. 과거와 달리 연합기관의 이런 추태는 성도들에게 낱낱이 공개되고 있다. 분열을 극복하지 못하면 한국교회 성도들로부터 외면 받으며 힘없는 작은 단체로 전락할 것이다.

그런데도 3개 기관의 관계자들은 좁은 시각에 매몰돼 전체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 일부 깨어있는 인사를 빼곤 여전히 원칙만 앞세워 통합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교회라는 대의(大義)보다는 자기 자리, 기득권이라는 사심(私心)이 앞선 것이다.

이처럼 통합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24개 주요 교단 총회장들로 구성된 교단장회의가 의지를 갖고 움직이고 있다. 한기총 한교연 NCCK라는 3개 기관이 자기 진영논리, 기득권에 매몰돼 섹터화된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큰 그림을 그려줘야 한다는 당위성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3개 기관이 통합논의에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한국교회 성도들로부터 철저히 외면 받을 수 있다. ‘고만고만한 3개 기구가 분열과 반목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통합에 에너지를 소진하느니 차라리 큰 틀에서 교단장회의가 나서는 게 수월하다’는 지적이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될 것이다. 이는 대표성을 지닌 교단장회의가 이단, 동성애, 이슬람, 통일, 사회통합 등 교계와 한국사회의 중요 이슈를 다루면 된다는 논리다. 교단장회의처럼 제3의 대안조직이 부상하면 자연스럽게 3개 기관의 입지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3개 기관 관계자들은 평신도들이 냉철한 눈으로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교계 지도자들은 1980∼90년대 아날로그 사고방식으로 2016년 상황을 인식해선 안 된다. 그러다간 위기에 빠진다. 한기총 한교연 NCCK 관계자들은 눈을 크게 뜨고 긴장할 때다. 지금은 그들에게 위기상황이다.

손인웅 목사 <서울 덕수교회 원로목사·한국교회봉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