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저마다 재능을 갖고 태어난다. 하나님의 권능으로 어둠에서 빛이 나와 이 세상이 창조되고, 흙으로 인간이 만들어질 때부터 하나님은 각 사람에게 달란트를 주셨다. 나는 어릴 때부터 강한 체력을 갖고 있어 운동이라면 자신 있었다. 한 번도 배운 적이 없지만 그림도 제법 잘 그렸다. 통기타를 치면서 유행가 노래도 곧잘 부르는 등 여러 방면에 관심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재능은 수학이었다. 숫자에 매우 강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첫 월례고사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집안 형편상 참고서 살 여유조차 없었던 때였다. 과외 같은 건 꿈도 못 꾸고 오로지 수업시간에 듣고 배운 것으로 시험을 봤다. 그런데 그 시험에서 수학점수를 108점을 받았다. 처음엔 이해가 안됐다. 만점은 100점인데 108점이라니. 분명 선생님께서 착각하신 것이라 여겼다.
선생님께 물었다. “선생님 제 점수를 잘못 주셨는가 보네요. 100점이 만점인데 여기 보세요. 108점이라고 쓰셨네요.” 되돌아온 선생님의 대답은 “108점이 맞다”였다. 어리둥절했다. 선생님께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주관식 문제 풀이가 틀리지 않았고, 그 풀이가 하도 독창적이라 108점을 주었지”라고 답하셨다. 당시 선생님께서는 변별력을 위해 문제를 어렵게 출제했고, 점수가 낮게 나올 것을 걱정해 주관식 문제에 배점을 높게 두셨다. 전교 2등한 친구조차도 수학은 75점을 받았다. 그 기준에서 채점을 하니 내 점수는 108점이었다는 거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그때 선생님 덕분에 나는 수리에 강한 재능을 발견했다.
수리에 강한 재능은 공부에서만 발휘된 것은 아니었다. 커가면서 친구들과 어울려 카드놀이, 구슬 등의 홀짝 맞추기 게임 등을 할 때도 능력자로 통했다. 머리를 쓰는 치열한 승부가 좋았다. 공부보다는 이런 게임을 즐기기도 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용돈이 없었기 때문에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 하는 게임이었지만 승률이 좋았다.
한 번은 이런 일화도 있었다. 힘센 한 녀석이 게임을 빙자해 반 친구들 돈을 모두 털어갔지만 친구들은 아무도 말을 못했다. 그래서 힘과 게임에 자신 있던 내가 붙어서 모두 되찾아준 적도 있다. 대학 다닐 때는 두 친구가 가져온 등록금을 하룻밤 사이에 모두 딴 적도 있다. 물론 게임만 즐겼을 뿐 모두 돌려줬다.
대학 졸업 후 나는 현대그룹에 공채로 입사했다. 1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현대증권에 지원해 합격했다. 당시는 펀드매니저가 의사보다 더 좋은 신랑감으로 인정받았다. 어려서부터 수리에 강하고, 게임을 하며 스릴을 즐겼던 내게 정글과 같은 자본시장에서의 승부는 강한 승리욕을 느끼게 했다. 게임의 확률을 즐기면서도 수학적 사고력이 필요한 증권맨, 펀드매니저는 어찌 보면 내겐 천직이나 다름없었다. 하나님이 주신 수리에 대한 큰 재능 덕분에 훗날 자본시장에서 나름대로 크게 성공한 증권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정리=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역경의 열매] 이상직 <4> 수학 시험서 108점… 수리에 강한 재능 발견
입력 2016-08-10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