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골든타임 이미 놓쳤다”… 추경 효과 미약론 제기

입력 2016-08-10 00:00
유일호 경제부총리(가운데)와 경제부처 수장들이 9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 모여 추가경정예산안의 국회 신속 처리를 바라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유 부총리,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이영 교육부 차관. 이병주 기자
“추가경정예산이 지난해처럼 7월(말) 전에 국회를 통과할 수 있다면 편성을 적극 생각하겠다. 그런데 8월을 넘어간다면 본예산보다 3∼4개월 빨라지는 정도여서 추경 무용론이 제기될 수 있다.”

지난 6월 24일 열린 하반기경제정책 방향 관련 당정간담회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 말이다. 정치권의 추경 편성 요구에 “국회가 빠른 통과를 약속해 달라”는 무언의 전제를 담아 화답한 얘기였다. 기재부는 나흘 뒤인 6월 28일 하반기경제정책 방향에서 ‘10조+α’ 추경 편성 의지를 밝혔다. 그런데 8월에 들어선 지 9일이 지난 지금까지 추경안은 여야 줄다리기 속에 본격적인 심의도 시작하지 못했다. 유 부총리 스스로 언급한 ‘추경 골든타임’은 이미 지난 셈이어서 추경이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추경 골든타임 논란

정부는 9일 경제관계장관 합동 대국민 호소문을 내놓으며 국회를 압박했다.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자 지원, 지역 일자리 사업은 물론 지방자치단체 재정 지원 등 추경을 통해 국민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 요지였다. 애초 구조조정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충격 등으로 추경이 필요하다며 정부를 압박하던 정치권이 이제 와서 협조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도 깔려 있다.

실제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도 다음 달 2일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추경은 올해 예산안에 포함된다. 추경 예산이 확정되지 않으면 내년 예산안을 제대로 확정할 수 없는 셈이다. 기재부는 늦어도 오는 19일까지 실무작업이 마무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야 3당이 잠정 합의한 22일에 추경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업무상 차질은 불가피한 것이다.

정부안도 늦었다

애초 정부안 제출부터 너무 늦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내년도 예산안을 준비하는 시기인 7월에 올해 써야 할 추경 편성을 결정한 것부터가 무리였다는 것이다. 유 부총리가 언급했던 지난해에도 추경안은 7월 초에 제출돼 7월 24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올해는 정부안을 제출한 날짜가 7월 26일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조선업 구조조정뿐 아니라 브렉시트 등 추경 편성의 요건이 확정된 시기가 늦었던 것”이라면서도 “야당이 먼저 추경을 요구했기 때문에 일단 제출되면 국회가 적극 협조할 것으로 기대했던 측면도 있다. 지금은 매우 당황스러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추경 통과가 늦어지면 10조원이 넘는 돈이 실제 경제에 투입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시간도 줄어든다. 정부가 제시했던 추경예산의 성장률 제고 효과가 달라진다는 얘기다. 특히 이번 추경은 조선업 구조조정 대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추경 집행률에 따라 일자리 수가 달라질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이번 추경에서 정부가 추산한 경기부양, 고용창출 효과가 나오려면 예산 집행률과 시기가 중요하다”면서 “만약 3분기 추경 집행 실적이 80%나 50% 이하로 저하되면 효과는 매우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