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中 황금시대, 원전분쟁에 급속 냉각

입력 2016-08-09 18:28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영국 방문을 앞둔 지난해 10월 16일(현지시간) 런던 버킹엄궁 앞 도로에 영국국기 유니언잭과 중국국기 오성홍기가 나란히 걸려있다. AP뉴시스

중국이 공을 들인 영국 힝클리포인트 원자력발전소 건설 계약을 테레사 메이 신임 정부가 재검토 의사를 밝히자 중국이 관계 악화를 예고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류샤오밍 영국 주재 중국대사는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서한을 보내 “양국 관계는 역사적으로 중대한 기로에 섰다”며 “힝클리포인트 원전 사업을 계속 지원하고 가능한 한 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결정해 달라”고 밝혔다. 또 “중국은 지난 5년 동안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를 합친 것 이상으로 영국에 투자했다”며 “신뢰와 존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영국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체 비용 180억 파운드(약 26조원)의 3분의 1을 투자하겠다며 ‘양국 관계의 황금시대’를 선포했다.

영국 정부는 정식 계약일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사업을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닉 티머시 공동비서실장은 프랑스 국영 에너지업체 EDF와 중국광핵그룹(CGN)이 참여하는 이 사업에 군수업체인 중국핵공업집단공사(CNNC)가 개입한 것이 드러나 계약을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CNNC는 계약체결 막바지에 CGN의 지분 33% 중 절반을 매입했다. 영국은 CNNC가 핵폭탄, 핵잠수함 등을 제조하면서 중국 국방력 강화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영국 안보위협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FT는 중국 관리의 말을 인용해 “힝클리포인트 원전 계약이 취소되면 중국의 다른 투자 계획도 무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시 주석 방문 당시 중국은 원전 사업 외에도 400억 파운드(약 57조6000억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밝혔다.

김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