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올해 최고점을 계속 경신하고 있다. 국제 투자자금 확대 등에 힘입어 코스피가 박스권 장세를 벗어나는 것 아니냐는 낙관론이 벌써부터 나온다. 그러나 위험 수위에 다다른 신용거래액과 삼성전자 착시효과를 빼면 전망이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뒤 1925.24까지 추락했던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13일 2000선을 회복한 뒤 오름세다. 9일에도 코스피는 2043.78을 기록, 전날에 이어 연중 최고점을 다시 갈아 치웠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으로 2040선을 넘은 것은 지난해 11월 6일(2041.07포인트) 이후 처음이다.
단기 전망은 긍정적이다. 영국 영란은행(BOE)의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글로벌 증시에서 유동성이 확대된 게 대표적인 호재로 꼽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는 국내 주식시장에 지난달에만 약 4조1000억원을 쏟아부었다. 특히 외국인 참여율에서 미국 다음으로 높은 비중(8.04%)을 차지하는 영국 투자자들은 7850억원을 매수했다.
코스피 상장기업들도 2분기에 이어 3분기에 역대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기업들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41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나홀로 독주 중인 삼성전자 때문에 코스피가 오르는 것처럼 보일 뿐 실제로는 외려 침체에 가깝다는 반론도 나온다. 대신증권 조승빈 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일까지 코스피지수는 2.9% 상승했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계산하면 오히려 0.8%가 하락했다. 코스피지수 산출식에서 삼성전자 시가총액 분을 빼면 8일 주가 지수는 2014.57 정도로 2031.12에서 떨어진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늘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식시장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 1월 4일 14.60%에서 8일 17.18%까지 올랐다. 특히 4월 이후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폭은 20.6%로 사실상 하락세에 접어든 코스피지수를 홀로 견인했다. 9일 종가 기준으로 삼성전자 주가는 156만7000원으로 최고가 기록인 157만6000원을 위협하고 있다.
빌려 쓴 투자자금이 늘고 있다는 것도 불안요소다.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서 빌려 쓰는 돈을 뜻하는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있었던 6월 말 잠시 줄었다가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 8일 기준 약 7조6504억원에 달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금리가 워낙 낮은 데다 주식시장의 기대수익률도 낮아진 탓에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주가 하락이 본격화될 경우 돈을 빌려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글=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내달리는 코스피 ‘착시효과’… 삼성전자 빼면 마이너스
입력 2016-08-10 0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