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8·9전당대회가 5720명의 대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전대가 열린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은 당권 주자 4명과 최고위원 도전자 10명 등 모두 14명의 후보와 지지자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전대 후보자들은 저마다 자신이 계파 갈등 청산과 정권재창출의 적임자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2년 만에 다시 박근혜 대통령이 전대 현장에 나타나자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당권주자들은 정견 발표를 통해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했다. 친박(친박근혜)계 지지를 받고 있는 이정현 후보는 “모두가 근본 없는 놈이라고 등 뒤에서 비웃을 때도 저 같은 사람을 발탁해준 박근혜 대통령께 감사함을 갖고 있다”며 “제가 대표가 된다면 세상 사람들이 아마 깜짝 놀랄 것”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지금 말썽 되는 공천제도도 확실히 고쳐서 다시는 공천 파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다시는 이 당내에서 계파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확실히 개선하겠다”고 호소했다.
비박(비박근혜)계 단일 후보로 나선 주호영 후보는 “오늘의 전대는 4·13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여 반성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며 “우리가 왜 졌느냐. 계파 이익에 빠져 오만한 공천, 막장 공천, 진박 감별, 막말 파동 등으로 국민들의 공분을 자아냈기 때문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도 지지 않고 국민의 경고가 잉크도 마르기 전에 다시 당대표를 하겠다고 나왔다”며 “국민과 당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주영 후보는 “대권주자들이 드러내놓고 조정하는 비박의 정치, 그 반작용으로 초래된 친박의 오더 정치, 이제 이런 친박 비박 싸움을 끝내야 한다”고 했다. 한선교 후보는 “저는 천막당사 정신을 아직 갖고 있는 원조친박”이라며 “대통령 곁에서 끝까지 지키겠다”고 호소했다.
앞서 후보자들은 전대 시작 전부터 지지자들과 함께 현장 투표에 나선 대의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지지를 호소했다. 30도를 웃도는 폭염에도 체육관 밖에서부터 후보자 이름을 연호하는 선거운동이 펼쳐졌다.
전대는 후보자들 입장이 시작되면서 본격화됐다. 각 후보자들은 입장할 때 자신을 알리기 위한 독특한 복장과 제스처를 선보였다. 이정현 후보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점퍼 차림으로 밀짚모자를 흔들며 단상에 올랐다. 기호 4번 주호영 후보는 당을 구할 4번 타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야구복에 빨간 헬멧을 쓰고 등장해 배트를 스윙했다. 이주영 후보는 태극기가 그려진 부채를 흔들었고, 한선교 후보는 어깨띠도 걸치지 않은 채 입장해 만세 포즈를 했다. 최고위원 후보자들은 대부분 큰절을 했다. 유창수 청년최고위원 후보자는 세그웨이를 타고 입장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빨간 재킷 차림으로 입장할 때는 환호가 절정에 달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인사말 중 “오직 국가를 위해, 오직 국민만을 위해 노심초사, 불철주야 애쓰는 우리의 최고지도자”라고 그를 소개했다. 사회를 맡은 지상욱 대변인은 “새누리당의 어제와 오늘, 당의 산증인”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이 등장하자 대의원과 참석 의원들은 모두 기립해 ‘박근혜’를 연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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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사진=이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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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8-09 1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