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강하다… 리우올림픽서 모성애로 싸우는 여자 선수들

입력 2016-08-09 20:18 수정 2016-08-09 20:19

출산과 육아. 세상의 엄마들에게 이 일은 올림픽 참가만큼이나 쉽지 않은 도전이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는 이 어려운 두 가지 일에다 올림픽 도전까지 한꺼번에 해내는 ‘슈퍼맘’들이 있다. 결혼 후 바벨을 내려놓고 3년 만에 돌아와 동메달을 따낸 ‘주부 역사’ 윤진희(30·경북개발공사), ‘엄마 검객’으로 올림픽 무대를 다시 밟은 남현희(35·성남시청), 40대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로 ‘우생순’을 다시 쓰는 여자 핸드볼 대표팀 골키퍼 오영란(44·인천시청)이 바로 그들이다.

“아이들과 떨어져 훈련하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엄마에겐 모성애가 있잖아요.” 지난 7일(현지시간) 여자역도 53㎏급에서 인상 88㎏, 용상 111㎏, 합계 199㎏을 기록해 동메달을 목에 건 윤진희는 엄마의 고충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기쁨의 순간에도 그는 두 딸이 눈에 밟혔다.

남편 원정식(26·고양시청) 역시 리우올림픽 남자역도 69㎏에 출전하는 터라 두 딸 라임(4)과 라율(2)을 시댁에 맡겨야 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윤진희는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다 2012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은퇴했다. 3년 동안 내조에 전념하며 평범한 주부로 지냈다. 부상당한 남편에게 힘을 주기 위해 복귀한 그에게 두 딸은 존재만으로도 응원이 된다.

‘땅콩 검객’ 아니 ‘엄마 검객’도 마찬가지다. 여자펜싱 플뢰레에 출전하는 남현희는 10일(한국시간) 오후 10시 피스트(펜싱 경기장)에 다시 오른다. 태극마크를 달고 2004 아테네올림픽에 나섰던 그는 베이징올림픽에서 은메달,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4회 대회 연속 출전은 한국 펜싱 역사상 최초의 대업이다.

다시 올림픽을 향해 도전하는 일이 쉽진 않았다. 2011년 사이클 선수 공효석(30)과 결혼한 남현희는 2013년 딸 하이(3)를 낳았다. 출산 후 몸은 예전 같지 않았다. 연골도 거의 남지 않은 왼쪽 무릎이 쓰라릴 때가 많았다.

딸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주겠다는 일념으로 힘든 시간도 버텼다. 그는 손을 놓지 않으려는 딸에게 ‘하늘이 내려준다는 금메달’을 꼭 가져오겠다고 약속했다.

리우올림픽 한국 선수단 최고령자, 핸드볼 대표팀의 맏언니,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의 주인공 등. 5차례 올림픽 출전,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라는 화려한 이력만큼 수식어가 많은 오영란은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베이징올림픽 당시 21개월 된 딸 서희가 아른거린다고 했던 그는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다”며 8년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오영란에게 ‘우생순’은 현재진행형이다.

엄마 선수는 우리 대표팀뿐 아니라 외국 팀에도 많다. 4년 전 런던올림픽에서 임신 상태로 금메달을 따내 화제를 모았던 미국 비치발리볼의 케리 월시 제닝스(38)는 올림픽 4연패를 노린다. 백혈병을 앓는 아들의 치료비를 지원받기 위해 베이징올림픽과 런던올림픽에서 독일 국기를 가슴에 달았던 옥사나 추소비티나(41)는 고국 우즈베키스탄 유니폼을 다시 입고 리우올림픽에 나선다.

사상 최초로 모자(母子)가 함께 올림픽 무대를 밟는 일도 있다. 조지아의 사격 영웅 니노 살루크바체(47)는 여자 10m 공기권총, 아들 소트네 마차바리아니(19)는 남자 10m 공기권총에 출전했다. 살루크바체는 “아들과 함께 출전해 자랑스럽고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