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가장 악명 높은 게 있다면 바로 ‘파벨라(Favela)’라 불리는 빈민가입니다. 오늘은 파벨라에 가본 경험담을 소개합니다.
리우올림픽 개회식이 있었던 지난 5일(현지시간) 입장권을 늦게 받아 오후 5시30분쯤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승차장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마라카낭 주경기장으로 가는 버스가 이미 오후 5시에 끝났다고 하더군요. 티켓은 받았고 취재는 해야겠기에 그럼 한번 직접 가보자는 생각에 자원봉사자에게 가는 방법을 물었습니다. 일반 버스로 코파카바나 해변에 내려 지하철로 이동하면 된다고 해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고 버스를 탔죠. 그런데 버스엔 안내방송도 없었습니다. 결국 이리저리 둘러보다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그게 고생길의 시작이었습니다. 영어로 된 표지판 하나 없고, 계속 돌아다녀도 지하철역이 보이지 않아 다른 어느 골목길로 들어갔습니다. 시간은 오후 6시30분 정도 됐을까. 여기는 계절상 겨울이라 이미 어둠이 짙게 깔린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그 골목길이 좁아지더니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3∼4층짜리 건물들이 이리저리 있었습니다. 거리엔 대여섯명의 현지인이 의자나 땅바닥에 앉아 있더군요. 벌써부터 술에 취한 듯 해롱거리는 사람, 의자에서 담배를 벅벅 피우는 사람 등 다양했습니다. 큰 검은 비닐봉투를 들고 쓰레기통에서 물건을 뒤지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들의 얼굴을 살펴보니 신기했습니다. 백인도 아니고, 흑인도 아니고 도대체 어떤 인종인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도 일제히 저를 보고 있었습니다. 한 낮선 동양인이 걸어가서 그런가 싶었죠.
그런데 갑자기 젊은 사람이 다가오더니 저에게 손을 내밀며 돈을 요구했습니다. 저는 무심결에 한국에서 하던 것처럼 이를 뿌리치고 그냥 걸어갔습니다.
마음이 찜찜해서 엄청 밝은 빛이 보이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골목 끝에 가니 무장 경찰과 차량이 서 있더군요. 아뿔싸 파벨라에 들어갔다가 나온 것이었습니다. 그 경찰은 알아들을 수 없는 포르투갈말로 언성을 높이는데 “왜 거기에 들어갔느냐”는 것 같았습니다. 등에선 갑자기 식은땀이 나더군요.
얼마를 걷다가 다행히 영어를 조금 아는 한 흑인 여성 덕분에 제네랄 오소리우역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그 여성에게 그곳이 파벨라냐고 물어보니 맞다고 하더군요. 리우에는 파벨라가 무려 1000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산 밑뿐 아니라 시내 중심가에도 파벨라가 있습니다.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 다행히 파벨라 초입이었고, 경찰이 가까이 있었기에 돈 요구를 거절하고도 무사히 나올 수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어제는 선교활동을 위해 이곳을 찾은 정성욱씨로부터 카카오톡을 받았습니다. 우연히 비행기 옆자리에 앉았던 분입니다. 그분도 파벨라에 잘못 들어갔다가 간신히 살아나왔다고 하시더군요. 저보다 더 위험한 곳이었습니다. 차량을 렌트해 내비게이션으로 목적지를 찾아가다 한 골목길로 들어갔는데 기관총을 든 사람이 갑자기 다가오더니 차를 이리저리 살펴보더랍니다. 천만다행으로 그냥 가라고 해서 나오는데 정말 죽을 뻔했다고 토로하더군요. 성욱씨 선교도 좋지만 몸 생각도 좀 하시기 바랍니다. 우리 조심합시다!
리우데자네이루=모규엽 기자
[모규엽 기자의 굿모닝 리우!] 젊은 사람이 갑자기 돈 요구… 파벨라 잘못 들어갔다 ‘오싹’
입력 2016-08-10 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