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무더위에 취약한 노약자와 빈곤계층을 위해 교회들이 발 벗고 나섰다.
인천 계양구 해인교회(김영선 목사)는 이웃 어르신들을 위해 냉방시설이 있는 교회 공간을 쉼터로 개방했다. 쉼터는 교회가 운영 중인 무료급식소 3층에 있다. 더위를 피해 찾아오는 지역 노인들에게 냉방 서비스뿐 아니라 무료 점심식사와 다과를 제공한다. 주민 김모(76·여)씨는 “교회에서 이렇게 시원한 공간에 머물 수 있게 하고 밥까지 주니 더할 나위 없이 고맙다. 무사히 여름을 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해인교회는 1998년부터 노숙인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인천 지역 유일의 노숙인 자활 시설로 현재 25여명의 노숙인들이 머물고 있다. 쉼터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여름에는 입소자가 적은 편인데 올해는 더위를 피해 쉼터를 찾은 이들이 많아 오히려 입소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한국구세군이 위탁 운영하는 서울 종로구 돈의동사랑의쉼터도 지하에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더위쉼터를 운영한다. 폭염경보가 발령되면 운영시간을 자정까지 늘린다. 이곳에는 돈의동 쪽방촌 주민을 중심으로 하루에 30∼40명이 찾는다. 쉼터는 또 쪽방들을 매일 방문해 1인당 얼음물 2병씩을 나눠주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광야교회 임명희 목사와 자원봉사자들은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영등포 쪽방촌을 다닌다. 폭염에 지친 주민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며 차갑게 얼린 물을 전달한다. 임 목사는 “두 평 남짓한 쪽방 안에 들어가 보면 열기와 습기에 숨쉬기조차 힘들다”며 “구청에서 소방차를 동원해 물을 뿌려주곤 하지만 여의치 않다. 최근엔 주민 몇 분이 돌아가시기도 했다”고 말했다.
광야교회도 노숙인들에게 잠자리를 제공하는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종일 에어컨을 가동하기 때문에 최근 이용인원이 부쩍 늘었다. 임 목사는 “현재 이 지역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쉼터인데 정부에서 쪽방촌을 철거한 자리에 녹지를 지정해 놓고 펜스를 쳐 둬 주민들이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린이들을 위해 물놀이 공간을 마련한 교회도 있다. 경기도 고양시 거룩한빛광성교회(정성진 목사)는 2006년부터 여름마다 지역주민을 위해 수영장을 무료로 개방한다. 수영장은 7월 중순부터 한 달 동안,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연다. 주중엔 50∼80명, 주말엔 100명 이상이 이곳을 찾는다. 여름성경학교 등 행사가 있을 때를 제외하곤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교회는 사용자의 안전을 위해 시설보험에 가입했고, 교회 관리팀은 수영장의 수질 등을 수시로 점검한다. 주민들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고양지역 학부모들이 포털사이트에 개설한 카페에는 이 수영장에 대해 ‘소독약을 타지 않은 깨끗한 물을 사용해 아토피가 있는 아이들도 매년 맘 놓고 사용하고 있다’ ‘교회의 나눔이 지역사회에 귀감이 된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이 교회 유청 행정목사는 “전도 목적으로 수영장을 개방한 것은 아니지만 수영장 때문에 교회에 처음 오셨다가 자연스럽게 믿음을 가진 주민도 있다”며 “수영장을 통해 교회의 문턱이 많이 낮아진 것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사야 최기영 김아영 기자
Isaiah@kmib.co.kr
폭염에 지친 이웃들, 교회로 오세요
입력 2016-08-09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