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0일부터 전형인데… 자사고·교육당국 ‘자소서’ 갈등 거듭

입력 2016-08-09 18:37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교육 당국이 고교 입학 자기소개서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자사고 신입생 선발 절차가 10일부터 시작되지만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학생·학부모의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 회장인 오세목 중동고 교장은 9일 “1단계 추첨 전에 자소서를 받지 말라는 서울시교육청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22개 자사고 중 20개 자사고가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교육청은 “추첨 전에 자소서를 받는다면 자사고들의 입학 요강을 승인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맞섰다. 양측은 5개월째 대립을 이어오고 있었다. 자사고들은 10일까지 2017학년도 입학 요강을 공고해야 한다. 신입생 입학 절차가 시작되는 시점까지 실마리를 찾지 못한 것이다.

발단은 서울교육청이 지난 3월 발표한 ‘2017학년도 서울특별시 고등학교 입학전형 기본계획’(고입전형 기본계획)이었다. 1단계 추첨을 통해 선정된 2차 면접 대상자에 한정해 자소서를 받도록 했다. 종전에는 추첨 전 단계에서도 자소서를 내야 했다.

고입 준비로 파행을 빚는 중학교 3학년 교실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였다. 실제로 중학교들은 자사고가 추첨 전 단계부터 자소서를 받는 것에 불만을 표해왔다. 서울교육청이 지난달 중학교 교사 7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2단계 면접대상자에게만 자소서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96%에 달했다.

또한 고입 자소서 작성과 관련한 고액 컨설팅이 횡행하고 있다. 사교육업체들은 ‘자사고 자소서 1대 1 특강’ ‘○○고 맞춤형 자소서’ 광고 등으로 학부모를 끌어모으고 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모든 지원자에게 자소서를 강요하는 건 중학교 현장의 불필요한 부담만 가중시킨다. 일반고 우수학생 빼가기 같은 비교육적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사고들은 신입생 선발권은 교육감이 아닌 교장에게 있다는 입장이다. 오 회장은 “자율성을 존중해주지 않고 입학 요강을 승인하지 않으면 행정소송도 불사할 것”이라며 “일반고 우수학생 빼가기 용으로 자소서를 축적한다는 의혹은 자사고 입학 과정을 전혀 모르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사고 지원자라면 건학이념을 충실하게 이해하고 지원해야 하므로 모든 지원자에게 자소서를 받는 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이 승인하지 않은 입학요강이 공고되는 건 처음”이라며 “학생과 학부모의 혼선을 막기 위해 11일쯤 교육청 차원의 입장과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글=이도경 홍석호 기자 yido@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