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리우올림픽 대회 3일째인 8일(현지시간)은 한국에 ‘충격의 날’이었다. 이날 한국은 적어도 금메달 3개를 예상했다. 그러나 기대하던 애국가는 들리지 않았다. 양궁과 유도 등에서 금메달 기대주들이 줄줄이 탈락했다. 선수단이 목표로 내건 ‘10-10’(금 10개 이상, 종합순위 10위 이내) 달성에도 비상이 걸렸다. 선수들은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세계랭킹 1위의 탈락
남자 양궁 세계랭킹 1위 김우진이 64강에서 개빈 벤 서덜랜드를 가볍게 이길 때만 해도 그의 금메달을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남자 양궁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건 그는 대회 유력한 2관왕 후보였다. 그러나 김우진은 곧이어 치러진 32강에서 세계랭킹 29위 리아우 에가 에거사(인도네시아)에게 세트스코어 2대 6(29-27 27-28 24-27 27-28)으로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에거사가 앞선 예선에서 33위에 그친데 비해 김우진은 예선에서 세계신기록(72발 합계 700점)을 세우며 1위로 예선을 통과했던 터라 충격은 더 컸다. 대회 최대 이변이었다. 세계양궁연맹이 김우진의 패배를 집중 조명할 정도였다. 김우진은 “이번 올림픽을 위해 많은 걸 준비했지만 이젠 모든 게 끝난 느낌”이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유도 어벤저스의 몰락
한국 유도대표팀 서정복 총감독은 지난 6월 가진 미디어데이에서 “남자는 전 체급 메달이 가능할 정도로 기량이 올라와 있다. 최소 2개의 금메달을 바라본다”고 자신했다. 이유가 있었다. 남자 7체급 중 무려 4체급에 우리 선수가 세계랭킹 1위에 올라 있다. 때문에 ‘어벤저스’라는 별명도 생겼다. 그러나 막상 올림픽에선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들 중 남자 66㎏급 세계랭킹 1위 안바울만이 은메달로 체면치레를 했을 뿐 금메달은 아직 없다. 여자 48㎏급 정보경이 깜짝 은메달을 따내지 않았다면 더 초라했을 성적이다.
남자 73㎏급 세계랭킹 1위 안창림은 16강 문턱에서 벨기에 디르크 판 티첼트(랭킹 18위)에게 무릎을 꿇었다. 역대 전적에서 2승으로 우위에 있어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눈물을 흘린 건 안창림뿐이 아니다. 여자 57㎏급 세계랭킹 2위 김잔디도 브라질의 하파엘라 실바(세계랭킹 11위)에게 절반패를 당하며 금메달의 꿈이 좌절됐다.
박지윤은 9일 여자 유도 63㎏급 32강에서 영국의 앨리스 슐레징거에게 한판패를 당했다. 김원진은 이들보다 앞서 8강에서 미끄러졌다.
기대주들의 탈락
한국은 탁구 단식에서도 힘을 쓰지 못했다. 서효원(세계랭킹 14위)마저 탈락하며 단식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서효원은 여자 단식 16강에서 쳉이칭(대만·세계랭킹 10위)에 3대 4로 졌다. 0-3으로 끌려가다 3-3 동점을 만들었으나 마지막 세트에서 뒷심이 부족했다. 앞서 전지희(세계랭킹 11위) 역시 16강에서 유맹유(싱가포르·세계랭킹 13위)에게 1대 4로 패했다. 남자 단식에 나선 정영식과 이상수도 각각 16강, 32강에서 탈락했다.
양궁을 제외하곤 모두 기대 이하 성적이다. 4년 전 런던올림픽에서 효자 종목으로 급부상한 펜싱도 대회 초반 무력한 모습을 보이며 줄탈락했다. 팬들의 관심을 한껏 모은 수영 박태환도 줄줄이 예선탈락하며 고개를 숙였다. 믿었던 사격의 진종오마저 10m 공기권총에서 부진하며 노메달에 그쳤다.
‘10-10’ 목표 가능할까
리우올림픽도 이제 중반을 향해 가고 있다. 금메달을 기대했던 선수들이 메달 획득에 실패하면서 한국의 메달 레이스 속도가 줄었다. 애초 목표로 했던 금메달 10개 이상 획득에 순위 10위 이상을 달성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그러나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 한국은 사격 남자 50m 권총 부문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진종오와 사격 여자 25m 권총 김장미에 기대를 걸고 있다. 유도 어벤저스의 마지막 1인 남자 90㎏급 곽동한도 기대주 중 한 명이다. 양궁 개인전에서 금메달 1∼2개를 추가하고 대회 후반부에 태권도와 레슬링, 배드민턴 등에서 3∼4개의 금메달을 추가한다면 불가능한 목표도 아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검은 화요일… 믿었던 金 유망주 줄줄이 탈락
입력 2016-08-10 00:30 수정 2016-08-10 1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