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명을 독점하나”… 지자체간 곳곳 명칭戰

입력 2016-08-09 17:40
인제군사회단체협의회가 8일 강원도 인제군청에서 양양군 대청봉면 추진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인제군사회단체협의회 제공

전국 곳곳에서 행정구역 개명(改名) 바람이 불고 있다. 그러나 일부 지역이 여러 시·군에 걸쳐있는 유명한 산의 이름을 독점하려고 하면서 지자체 간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강원도에선 설악산 대청봉을 면 이름으로 사용하려는 양양군과 설악산을 함께 공유하고 있는 속초시·인제군 간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양양군은 ‘서면’을 ‘대청봉면’으로 변경하는 조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예고하고 오는 16일까지 주민의견을 받기로 했다. 군은 관련 절차를 마무리 한 뒤 10월 5일 개정 조례를 공표할 예정이다.

이에 인제지역 25개 단체로 구성된 인제군사회단체협의회는 성명서를 내고 “행정구역명 변경은 설악권역의 상생에 역행하는 처사로 양양군의 이기적 행태에 대해 실망감과 배신감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속초시번영회도 양양군이 조례를 공표할 경우 도분쟁조정위원회 제소 등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양양 서면 주민들의 입장은 단호하다. 읍·면·동의 명칭은 지자체 조례 개정만으로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강원도는 오는 11일 양양군청에서 속초·양양·인제 부단체장, 사회단체 대표와 함께 간담회를 열고 행정구역 개명 문제를 조율하기로 했다.

경북 영주시와 충북 단양군도 행정구역 변경을 둘러싸고 4년 간 갈등하다 최근 대법원 판결로 마침표를 찍었다. 영주시가 ‘단산면’의 이름을 ‘소백산면’으로 바꾸는 내용의 조례를 2012년 3월 공표했다. 단양군이 중앙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 신청을 했고 조정위는 고유지명을 특정 지자체가 독점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영주시는 2012년 7월 대법원에 중앙분쟁위 결정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지난달 24일 “영주시가 소백산 명칭을 선점해 행정구역 명칭으로 사용하면 다른 지자체와 주민 등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면서 단양군의 손을 들어줬다.

2012년에는 경남 함양군이 지역 브랜드 향상을 위해 ‘마천면’을 ‘지리산면’으로 바꾸려다가 인접 시·군의 반발에 부닥쳐 개명에 실패했다.

지자체들이 소송까지 불사하며 개명에 나선 까닭은 지역 이미지를 특화한 이름이 홍보와 관광활성화 등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강원도 영월군은 2009년 지형이 한반도를 닮았다는 이유로 ‘서면’을 ‘한반도면’으로, 김삿갓 묘와 생가가 있는 ‘하동면’을 ‘김삿갓면’으로 바꿨다. 수안보 온천이 있는 충북 충주시 ‘상모면’은 2005년 ‘수안보면’, 경북 포항시 ‘대보면’은 한반도 지형 상 호랑이 꼬리에 위치하는 점에 착안해 2010년 ‘호미(虎尾)곶면’으로 이름을 바꾼 뒤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인제=서승진 기자, 전국종합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