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선(31·광주시체육회)은 2000년 호주 시드니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물살을 갈랐다. 중학교 3학년이던 15살 때였다. 여자 개인혼영 200m 예선에서 2분22초53으로 터치패드를 두드리고 출전선수 36명 중 27위로 골인했다. 예선 탈락이었다. 남유선 뒤에 9명의 선수가 있었지만, 출전에 의의를 뒀던 안도라, 니카라과, 키르기스스탄 선수들뿐이었다. 철저하게 무명이었다.
남유선이 세상에 이름을 알린 곳은 4년 뒤 그리스 아테네다. 여대생으로 자란 남유선은 거리를 2배로 늘려 출전한 2004 아테네올림픽 개인혼영 400m에서 8위로 예선을 통과, 결선에 진출했다. 한국 경영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결선 진출자를 배출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4분50초35를 찍고 8명의 선수들 중 7위로 골인했다. 메달권에서 12초 이상이나 멀었지만, 결선에 오른 것만으로도 우리 수영 역사에 남을 대업이었다.
한국에서 올림픽 결선을 경험한 경영 국가대표는 남유선과 박태환(27)뿐이다. 남유선에게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는 생애 네 번째 올림픽이었다.
남유선은 8일(현지시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아쿠아틱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여자 개인혼영 200m 예선에서 1조 4번 레인을 2분16초11로 완주했다. 전체 39명 중 32위였다. 예선에서 상위 16명까지 출전할 수 있는 준결승 진출권을 놓쳤다. 예선 1위를 차지한 카틴카 호스주(27·헝가리·2분07초45)로부터 8초66, 예선 통과 하한선에서 3초10이나 밀린 기록이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경쟁자들의 연령은 대부분 10대 중후반에서 20대 초반이다. 20대 중반이면 국가대표는커녕 선수생활도 이어가기 어려운 수영에서 마이클 펠프스(31·미국)처럼 특출한 선수가 아니면 30대가 설 곳은 거의 없다. 20세를 전후로 전성기를 보내는 여자수영에선 더욱 그렇다.
30대의 나이, 16년 동안 어린 후배들과 끊임없이 경쟁하며 살아남았던 남유선은 네 번의 올림픽을 경험했다. 경력만 놓고 보면 1996 애틀랜타올림픽부터 5차례 출전한 한국 여자핸드볼의 베테랑 골키퍼 오영란(44)과 견줄 만하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포기하지 않는 집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연령대가 비슷해진 지도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혼자 훈련하고 컨디션을 조절한 적도 많지만, 경기장과 훈련장에선 언제나 전력으로 물살을 갈랐다.
남유선은 경기를 마치고 “과정에 충실했다. 결과가 좋지 않다고 낙담할 건 아닌 것 같다.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오래할 줄은 몰랐다. 하루하루 충실하면 롱런할 수 있다”고 했다.
은퇴계획은 없다. 어쩌면 2020 도쿄올림픽까지 도전할지도 모른다. 그는 “사람 일은 누구나 알 수 없다”며 올림픽 재도전을 암시했다.
한편 남유선과 같은 종목에서 예선 2조에 출전한 김서영(22·경북도청)은 자신이 세웠던 한국기록(2분11초75)으로 결승점을 두드리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하지만 준결승에서 2분12초15의 기록으로 공동 12위에 그쳐 결선 진출은 좌절됐다.
리우데자네이루=모규엽 기자,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수영 선수로 ‘노령’… 남유선, 4연속 출전 ‘불굴의 자맥질’
입력 2016-08-10 0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