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사도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빼든 검찰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서울서부지검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은 9일 한국노바티스의 리베이트 행각을 적발, 업체 대표 등 전현직 임원 6명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범행에 가담한 의약전문지·학술지 대표 6명과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사 15명 등 28명도 기소했다. 이들 의사에게 흘러간 리베이트 액수는 26억원에 달한다.
2011년부터 이뤄진 노바티스의 수법은 아주 교묘했다. 우선 합법을 가장하기 위해 의약전문지와 학술지를 끌어들여 제품 광고비 명목으로 181억원을 집행했다. 이어 전문지·학술지가 고급 식당에서 좌담회 등 각종 학술행사를 개최토록 했다. 초대받은 의사들에겐 ‘거마비’로 30만∼50만원을 건넸다. 또 자문위원으로 선정된 의사들에겐 자문료 명목으로 월 100만원씩의 뭉칫돈을 줬다. 전문지 주최라는 모양새만 갖췄을 뿐 참석자 선정 등 모든 것은 노바티스가 결정했다. 이런 우회적 수법은 리베이트를 제공한 업체와 의사를 모두 처벌하는 ‘쌍벌제’가 2010년 시행되자 단속을 피하기 위해 고안됐다. 여기에 의약전문지가 동원된 것은 처음이라는 게 검찰 설명이다.
이번 사건은 국내 제약사뿐 아니라 다국적 제약사도 고질적인 리베이트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확인시켜줬다. 겉으로는 최고 수준의 윤리경영을 강조하면서 뒤로는 검은돈을 줬다는 점에서 더욱 지탄받아 마땅하다. 특히 노바티스는 2006∼2009년 71억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해 2011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전력이 있다. 그럼에도 학술행사를 빙자해 은밀히 뒷돈을 살포해 왔다. 우리 당국을 얼마나 우습게 알았으면 이런 짓을 계속 저질렀을까. 옥시, 폭스바겐 등에 이어 노바티스도 다국적기업의 비윤리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엄단만이 답이다. 사법적 조치에 이어 업무정지 등 강력한 행정처분이 뒤따라야 한다.
[사설] 학술행사 빙자해 리베이트 살포한 다국적제약사
입력 2016-08-09 1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