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 신고하려다 獨 난민수용소 갇힌 中 관광객

입력 2016-08-09 18:27
독일을 여행하던 중국인 관광객이 지갑을 잃어버려 신고하려다 난민으로 오해받아 12일 동안 감금당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중국인 배낭여행객 L씨(31)는 지난달 4일 독일 하이델베르크를 여행하다 지갑을 도둑맞았다. 신고를 하기 위해 경찰서를 찾았지만 L씨가 들어간 곳은 시청이었다. 독일어와 영어 둘 다 구사하지 못해 어영부영 말을 이어가던 그를 공무원들은 난민으로 오해했고 난민신청서를 건넸다. 이후 L씨는 360㎞나 떨어진 뒬멘 난민센터로 이송됐다. 등록과정에서 지문 등록과 신체검사까지 마쳤다. 센터에서 제공하는 밥을 먹으면서 12일이나 지냈다.

깔끔하고 난민 같지 않은 모습의 L씨에게 센터에서 일하던 적십자 직원은 의구심을 품었다. 말을 이어가려 했지만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그는 스마트폰 통역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L씨의 간단한 말을 해석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로 여행을 가고 싶다”는 문장이 스마트폰 화면에 떴다.

난민센터는 근처 중국식당에서 중국어를 하는 사람으로 데려와 L씨와 의사소통을 한 끝에 큰 실수가 벌어졌음을 알게 됐다. 적십자사 직원 크리스토프 슐뤼터는 “독일은 끔찍한 관료주의 국가”라며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관광객이 관료주의 정글에 12일이나 갇혀 있었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