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가전업체 동양매직 인수 경쟁에 대기업들도 너도나도 가세할 조짐이다. 신성장 동력을 찾는 여러 기업들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렌털업계의 알짜 매물에 군침을 흘리면서 인수전이 뜨거워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글랜우드-NH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이 매물로 내놓은 동양매직 인수전에 CJ그룹에 이어 종합마케팅업체인 SK네트웍스와 화학업체 유니드가 가세할 것으로 전해졌다. SK네트웍스는 이날 조회공시 요구에 대한 답변을 통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지만 동양매직 인수와 관련해 해당 내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CJ그룹도 지난 1일 동양매직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CJ그룹은 지난해 생활가전 렌털업체인 코웨이 인수전에도 나서 렌털시장 진출에 강력한 의지를 보였었다. 해외에서도 대만 훙하이정밀공업이 인수참여 의사를 밝혔고, 각종 사모펀드도 인수전에 나서는 양상이다.
동양매직은 생활가전 렌털업계의 알짜 매물로 평가받는다. 2013년 5월 ㈜동양의 가전사업 부문에서 떨어져 나와 설립된 동양매직은 가스레인지와 정수기, 식기세척기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특히 렌털사업 부문을 확대하면서 지난해 매출 3903억원, 영업이익 383억원을 기록했다. 매각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11일로 예정된 예비입찰에서 4∼5곳 정도의 적격인수후보를 선정한 뒤 예비실사를 거쳐 다음 달 중순쯤 본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매각 예상금액은 5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인수전에 나선 업체들은 생활가전 렌털업계 강자로 꼽히는 동양매직을 교두보 삼아 본격적인 렌털시장 진출을 노린다. KT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19조5000억원 규모였던 렌털시장은 올해 25조9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소유가치보다 사용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합리적 소비자들이 늘면서 개인 및 가구용품 렌털시장은 11조4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됐다. 렌털 제품군 또한 기존의 정수기와 비데 등 일반 가전제품부터 유아용품, 레저·스포츠 용품, 악기, 명품의류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들의 렌털시장 진출은 더뎠다. 한국렌탈협회에 따르면 국내 렌털시장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6%에 불과하다. 중소기업(51%)과 개인사업자(31%)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주로 렌터카를 중심으로 렌털사업을 펼쳐왔다. SK네트웍스는 2009년부터 렌터카 사업을 해오고 있고, 롯데렌탈은 지난해 KT금호렌터카를 인수하며 시장에 발을 들였다. LG전자가 2009년 정수기 렌털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코웨이 등 중견기업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급격한 성장세를 감안하면 렌털시장은 대기업들의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한 좋은 답안지가 될 것”이라며 “동양매직 인수경쟁도 치열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기획] 대기업들 가세로 ‘알짜’ 동양매직 인수전 열기 뜨겁다
입력 2016-08-10 0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