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동안 건축업자의 뒤를 봐주고 서울 강남의 아파트, 고급 승용차 등을 받아 챙긴 서울시 공무원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검사 정순신)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서울시 건축직 5급 공무원 이모(56)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강남구청에서 근무하던 2002년 7월 건축업자 L씨를 먼저 찾아가 “사장님이 신사동에서 사업을 많이 한다던데 잘 부탁드린다”면서 안면을 텄다. 이후 L씨 사무실을 수시로 드나들면서 건축 허가 및 사용승인, 용도 변경 등 온갖 민원을 해결해 주고 대가를 챙기는 ‘공생 관계’를 유지했다. 2004년에는 L씨의 빌딩 신축 관련 업무를 처리해 준 뒤 “내가 도와줘서 큰 이득을 얻게 되지 않았나. 아이들이 공부를 잘해 강남 쪽에서 가르치고 싶으니 압구정동 H아파트를 넘겨 달라”고 요구했다. 이씨는 11억5000만원 상당의 59평 아파트 한 채를 부인 명의로 받았다. 검찰은 근저당채무 6억원을 제외한 5억5000만원을 뇌물로 봤다.
이씨는 2006년 L씨의 다른 건물 건축허가를 처리해 주고 “원래 안 되는 허가를 내줬으니 승용차를 뽑아 달라”고 요구, 최고 사양의 그랜저TG(5000만원) 차량을 건네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급하게 돈이 필요하니 1억원을 만들어 달라” 등의 요구를 해 수차례 현금도 챙겼다. 뇌물 액수는 모두 7억7400여만원에 달한다. L씨는 이씨와의 관계가 틀어지자 지난 5월 차량 제공 건을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씨가 강남에 100억원대 빌딩을 소유한 사실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강도 같은 공무원… 10년간 건축 허가 대가로 아파트·고급 승용차 등 수십억 챙겨
입력 2016-08-09 1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