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상과 살인자, 강도들이 우글거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가. 자매는 그런 ‘파벨라’에서 태어나 자랐다.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고, 어린 시절부터 거리에서 불량배들과 싸워야 했다. 남을 때리지 않으면 맞을 수밖에 없는 게 그곳의 룰이었다. 아버지는 두 딸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유도를 가르쳤다. 생존을 위해 유도를 수련한 하쿠엘(27)과 하파엘라(24) 실바 자매는 두각을 나타냈다. 둘 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게 꿈이었다. 그러나 하쿠엘은 15세 때 임신을 하는 바람에 꿈을 접어야 했다. 하파엘라는 더 이를 악물었다.
하파엘라는 8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2에서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유도 여자 57㎏급 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수미야 도르수렌(몽골)을 꺾고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브라질의 리우올림픽 첫 금메달이었다. 세계랭킹 11위인 실바는 16강전에서 금메달 후보였던 세계랭킹 2위인 김잔디(25·양주시청)를 꺾으며 돌풍을 예고했다.
승승장구한 하파엘라는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해 메달을 휩쓸기 시작했다. 그가 유일하게 따내지 못한 메달은 올림픽 메달이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그는 메달을 딸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헝가리 선수와의 예선전 초반에 실격패를 당해 눈물을 흘렸다. 브라질 국민들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 안에 원숭이’ 같은 인종차별적 발언과 욕설을 쏟아냈다. 충격을 받은 그는 하루 종일 방 안에 틀어박혀 TV를 보며 눈물만 흘렸다. 어릴 때부터 그녀를 지도했던 헤랄두 베르날데스 전 브라질 국가대표 감독은 “다시 시작해 보자”며 손을 내밀었고, 하파엘라는 일어났다. 다시 운동에 나선 그는 정신과 상담까지 받으며 재기를 위해 몸부림쳤다. 그리고 집념의 금메달을 딴 것이다.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어머니와 짐꾼인 아버지는 딸의 승리가 확정된 순간 누구보다 크게 ‘하파엘라’를 외쳤다. 하파엘라는 금메달을 딴 뒤 “올림픽을 앞두고 나보다 더 훈련을 많이 한 선수는 없을 거다. 이 메달은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증명한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베르날데스 전 감독은 “처음부터 하파엘라는 에너지와 도전정신이 넘쳤다. 파벨라에서 자랐기에 되레 힘든 훈련을 더 잘 참고 소화했다”고 전했다. 하파엘라의 이두박근 안쪽엔 포르투갈어로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다. ‘하나님은 꿈을 이루기 위해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고 계신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리우스타-브라질 파벨라 출신 하파엘라 실바] 빈민가서 생존 위해 배운 유도로 감격의 金
입력 2016-08-10 0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