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 해외여행 간다더니… 아예 출국않고 여비 꿀꺽

입력 2016-08-10 04:02
경기도 안산시 소속 공무원 A씨는 지난해 3월 열흘간 배우자와 호주·뉴질랜드를 다녀오는 공무 국외여행 허가를 받았다. 1인당 350만원씩 여행경비 700만원을 지원받았으나 정작 A씨만 여행을 떠났고 배우자는 국내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배우자 몫의 여행경비 350만원은 반납하지 않았다.

같은 기관에서 일하는 B씨 또한 지난해 5월 배우자와 팔라우에 다녀오겠다고 허가를 받은 뒤 경비 900여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B씨는 배우자가 개인 사정이 생겨 지인과 여행을 떠났다. 당초 일정보다 사흘 일찍 귀국하고도 별도의 보고를 하지 않아 주말을 제외한 하루를 무단결근했다.

이처럼 일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공무 국외여행을 다녀오겠다고 해놓고 마음대로 일정을 바꾸거나 쓰지 않은 경비를 반납하지 않은 사례가 속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지난 3∼4월 광역 지자체 17곳과 기초 지자체 226곳을 대상으로 공무 국외여행 실태를 조사한 결과 21개 기관의 63명이 여행기록이 없거나 여행기간이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9일 밝혔다.

경기도 평택시 공무원 C씨는 2014년 11월 배우자와 7박8일간 대만을 갔다 오기로 했다. 그는 이에 대한 공무 국외여행 허가를 받은 뒤 배우자의 여행경비까지 포함해 600만원을 지급받았다. 하지만 C씨는 배우자가 사정이 생겼다는 이유로 자녀와 함께 대만에 갔다. 당초 허가받은 8일 중 4일만 대만에서 머물고 나머지 4일은 가족과 국내 여행을 했다. 4일을 무단결근한 셈이 됐지만 그는 변경 허가는커녕 이를 보고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의 소속 지자체는 항공권 등 증빙자료를 받지 않아 이런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행정자치부도 ‘지방공무원 공무 국외 여행 규칙’을 시달하고도 지도·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민간 전문가에게 지급토록 돼 있는 ‘민간인 국외여비’, 국내 행사에만 쓸 수 있는 ‘행사실비보상금’으로 선심성 해외여행을 보내준 사례도 있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간 17개 기관이 예산 9억7400여만원을 이렇게 낭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양주시는 지난해 4월 관내 이장·통장 49명을 대상으로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관광을 시켜주면서 행사실비보상금 5800만원을 지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