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이 내년도 사상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초과세수로 올해 국세 등 정부 수입이 4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이를 바탕으로 짜는 내년 정부 지출도 경기침체 대응을 위해 400조원은 넘길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내년 세입예산 410조원 훌쩍
예산은 세입과 세출로 나뉜다. 정부가 얼마만큼 돈을 풀지를 나타내는 세출예산(총지출)에 관심이 집중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세입예산(총수입)도 중요하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올해 예산안 편성 당시 총수입을 391조2000억원으로 잡았다. 그러나 담뱃세 인상 등으로 초과세수가 발생하자 지난달 추가경정예산에서 올해 세입예산을 401조원으로 수정했다.
내년 세입예산은 401조원에서 더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 국세탄성치는 1.0 안팎으로 예상된다.
국세탄성치는 경제성장에 따른 국세수입 증가분을 의미한다. 경제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경상성장률이 1% 증가할 때 국세수입도 1% 증가했다면 국세탄성치는 1이 된다. 기재부의 내년도 경상성장률 전망치는 4.1%다. 올해 국세수입은 수정예산 기준 232조7000억원으로 내년에 여기서 4.1%만 늘어도 9조5000억원이 증가한다. 이를 감안하면 국세수입에 기금 수입 등을 합친 총수입액은 최소 4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긴축도 확장도 아닌 애매한 예산되나
올해 세출예산은 본예산 기준 386조4000억원이다. 본예산 대비 내년 세출예산이 3.6% 이상 증가하면 400조원을 돌파한다. 추경에 따른 수정예산을 기준으로 하면 395조3000억원으로 여기서 1.2%만 늘려도 400조원을 넘긴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세출예산은 연평균 5.0%씩 증가했다.
기재부가 지난 6월 밝힌 각 부처의 내년도 예산 요구액은 총 398조1000억원이다. 요구액 기준 증가율은 최근 10년 사이 가장 낮은 3.0%로 긴축기조를 강조했다. 이 수치만 봤을 땐 내년 세출예산이 400조원을 넘지 못한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긴축보다는 제한적 부양기조로 바뀌고 있다. 기재부는 각 부처에서 추가 요구액을 전달받았는데, 최종 예산 요구액은 모두 합쳐 42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일자리 확충 등 실업대책과 복지대책 예산이 들어가고, 국방예산 증액 폭이 컸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9일 당정회의를 열고 내년도 총지출 증가율을 본예산 대비 3∼4% 수준으로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3%일 경우 398조원, 4%면 402조원이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는 400조원을 넘는다, 안 넘는다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계속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400조원이 넘는 3%대 후반대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예산실은 이번 주말 최종 심의를 통해 잠정 예산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내년 예산안은 다음달 2일 국회에 제출된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분석] 내년 예산 ‘400조 시대’ 예고… 제한적 부양에 초점
입력 2016-08-10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