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주원] 주력산업의 위기 해결하려면

입력 2016-08-09 19:04

최근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바로 주력산업의 위기이다.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의 진단은 대부분 하나의 결론으로 모아진다. 위기 원인은 지금 주력산업군의 복구될 수 없는 경쟁력 하락이고 해결 방법은 주력산업군을 신기술·신산업으로 채우는 구조재편(restructuring)이다.

그래서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채워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런데 경쟁력이 취약한 주력산업을 버리는 것은 기업의 고용과 설비 등의 생산능력을 없애자는 것이다. 즉 실업과 폐업을 의미한다. 그러나 아무도 여기에 대해서는 어렵고 골치 아프고 민감해서인지 뚜렷한 답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 반면 채워야 할 것에 대해서는 해외와 국내, 정부건 민간이건, 학계와 연구소들을 가리지 않고 신기술·신산업으로 가는 것이 해법이라는 ‘떼창’을 하고 있다.

여기에서 몇 가지 의문을 가져본다. 우선 신기술·신산업으로 의견이 수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 새로운 성장동력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혹시 주력산업들의 심각한 문제점을 해결할 아이디어가 없거나, 새 판을 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또 새로운 것의 정의는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최근 부상하고 있는 로봇 기술도 기계산업의 연장선상에 있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도 어찌 보면 기존 컴퓨터 프로세서 기술의 확장과 발전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기존 산업에서 특정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이 새로운 산업 분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분야는 있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신기술·신산업만이 과연 해결책일까? 전문가라는 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신기술·신산업을 말하고 있지만 과연 그들 말대로 따라 하면 될까? 새로운 것이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다. 따라서 그 길의 끝이 낙원일 수도 있고 벼랑일 수도 있다. 성공하면 좋지만 실패하면 그걸로 끝이다. 지금 조선업을 위기에 빠뜨린 해양플랜트는 불과 얼마 전만 해도 해외의 유수 기관이나 국내 정부나 민간 연구자들도 모두 유망하다고 추천한 신기술·신산업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 주력산업들을 이대로 방치하자는 건 아니다. 분명 취약점들이 심각한 수준이고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산업 기반의 붕괴, 나아가 경제 시스템의 위기를 가져올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렇다고 반드시 새 판을 짜야 된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안 된다. 기존 산업과 신산업의 분절적인 접근방법을 버려야 한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의 연결고리를 찾으려는 시도가 있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시선을 멀리 볼 때와 가까이 볼 때를 알아야 한다. 지금 우리의 시선은 우리의 발끝을 보는 데 보다 집중해야 한다. 새로운 것으로부터 그려지는 환상보다 지금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그리고 대부분의 기업들과 근로자들이 몸담고 있는 오래된 것이 가져오는 어려움에 어떻게 맞서느냐가 중요하다. 만약 신기술·신산업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 다음에 생각해야 될 문제다.

아울러 그럴 리는 없겠지만 기업들은 정부, 미래학자, 산업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신기술·신산업에 대해 잘 생각해보아야 한다. 절박함에 처해 있을수록 자신의 역량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고 판단력조차 흐려지기 때문이다. 그 길의 끝이 절벽이 아니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나중에 결과에 대해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덧붙여 필자는 국내외 이름 있는 전문가들에 비해 학식이나 능력이 한참 떨어진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경험상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언제나 최악의 선택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