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부터 초·중·고에서 서술형 문제가 출제되고 있다. 학생들의 사고능력과 창의력을 기르고 이를 평가하기 위함이다. 이는 단순 암기 방식에서 벗어나 정답 도달 과정에 중점을 둔다. 하나의 정답이 아닌 다수의 유사 답이 존재함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학교현장에서의 실제 상황은 어떨까.
충남 서산의 중학생 A군은 수학시험에서 원주율을 나타내는 기호인 파이(π)를 비뚤게 써서 15점 배점의 서술형에서 0점을 받았다. 서술형 문제의 정답과 풀이 과정을 모두 맞게 썼지만 A군이 갈겨쓴 π를 x로 오해한 교사는 A군의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남 창원의 B군도 납득하기 어려운 감점을 받았다. ①The student studies math at school. ②The student studies math at home. 이 두 문장을 and를 사용해 하나의 문장으로 만드는 문제다. 학교 정답은 ‘The student studies math at school and at home’인데 B군은 home 앞에 at을 생략했다. B군은 이의신청을 했지만 학교에서는 좀처럼 수용하지 않았다.
강원도 동해의 고교생 C군은 반지름을 뜻하는 수학 기호인 r 때문에 눈물을 삼켰다. 구(球)의 부피를 구하는 공식(4/3πr3)을 유도하라는 문항에서 A군은 모든 유도 과정을 알맞게 작성했으나 r의 값을 2로 정해주고 공식을 유도하라는 조건을 잊은 게 화근이었다. A군은 습관으로 그만 4/3πr3으로 마무리해버렸다. 정답은 32/3π이고, r의 값인 2를 대입한다면 틀릴 것이 없지만 6점 배점에 0점을 받았다.
이처럼 학교에서는 왜 서술형 문항 도입 취지를 간과하는 걸까. 채점 편의, 출제 오류, 유사 정답으로 인정하기를 기피하는 교사의 닫힌 태도 등이 원인일 것이다. 교사는 모범답안과 정답으로 인정할 수 있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해 인정 답안을 만들고 부분 점수를 부여할 수 있는 채점 기준을 마련하도록 돼 있다.
시험 후에도 미처 예상치 못했던 학생들의 기상천외한 답안을 두루 살핀 뒤 부분 점수로 인정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교육 당국도 서술형 문항의 원래 취지에 맞게 보완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오인수 오선생영어전문학원장
[기고-오인수] 초·중·고 서술형 문제 채점방식 바꿔야
입력 2016-08-09 1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