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제선 탈 때 ‘연대기금’ 최대 1만원으로 올린다

입력 2016-08-09 04:34

아프리카 등 저개발 지역의 빈곤과 질병을 퇴치하고자 한국발(發) 국제선 항공권에 일괄적으로 1000원씩 물리던 ‘국제빈곤퇴치기여금’이 좌석 등급에 따라 최대 1만원까지 차등 부과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기금 명칭도 ‘항공권연대질병퇴치기여금’으로 변경해 지카 메르스 에볼라 등 국제 전염병 예방에 쓰기로 했다.

외교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항공권연대질병퇴치기금법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고 8일 밝혔다.

이 법안은 부과금을 ‘1만원 이내’로 정해 비즈니스석 3000∼5000원, 일등석 5000∼1만원 등으로 차등을 둘 근거를 마련했다. 기존에는 모든 국제선 티켓에 일괄적으로 1000원씩 부과해 왔다. 좌석당 수십만원에 불과한 중단거리 일반석이든, 많게는 1000만원을 훌쩍 넘는 장거리 일등석이든 똑같이 1000원을 받았다. 차등 부과가 실현되면 비즈니스석과 일등석 항공권 값은 5000∼1만원 인상된다. 다만 일반석은 지금처럼 1000원만 받아 가격 인상은 없을 전망이다.

이 제도는 ‘항공권연대기여금’의 일환으로 한국은 물론 프랑스 칠레 모리셔스 니제르 말리 등의 국가에서 운영 중이다. 한국에선 2007년 프랑스에 이어 두 번째로 도입한 이래 매년 150억∼200억원이 걷혔으며 이 중 절반 가까이를 외국인이 부담했다.

이 제도는 도입 당시 5년간 한시적으로 운용하기로 했다가 2012년에 5년 연장됐다. 2007∼2012년간 진행된 1기 사업에서 5600만 달러(약 620억원)를 거둬 3600만 달러(약 400억원)를 국제의약품구매기구(UNITAD)와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등 국제기구에 전달했다. 1540만 달러(약 170억원)는 9개국 12개 단체와 비정부기구(NGO)에 기부했으며 430만 달러(약 48억원)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양자 개발협력 사업에 쓰였다.

2013∼2017년 진행되는 2기 사업에서는 1억2990만 달러(약 1440억원)를 거둬 4800만 달러(약 532억원)를 UNITAD와 GAVI, 글로벌 소아마비퇴치구상(GPEI) 등 글로벌 사업에 사용한다. 국제기구와 NGO에는 4650만 달러(약 515억원)를, 3040만 달러(약 337억원)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이행 지원사업 등 혁신적 개발 사업에 충당한다.

내년 9월부터 국제빈곤퇴치기여금의 법적 시한이 종료됨에 따라 이번에 입법예고된 항공권연대질병퇴치기금법으로 대체될 예정이다. 새 법안은 지카 메르스 에볼라 등 국제선 여객기를 전염 경로로 삼는 질병을 예방하는 데 주력하도록 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