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꼼수… 세금 안내려 “韓 상세지도 내달라” 또 압박

입력 2016-08-09 00:53

구글이 세금 납부 등 한국에서 운영되는 기업의 의무는 회피하면서 지도 반출 등 원하는 것은 법을 바꿔서라도 얻어내려는 태도를 고수해 눈총을 사고 있다. 게다가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국내 중소업체에 횡포를 부린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구글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회관에서 열린 ‘공간정보 국외 반출이 공간정보 산업에 미치는 영향’ 토론회에서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들이 지리정보 기술을 잘 활용하고 있는 데 반해 한국에서는 국내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금지한 규제로 이런 기회의 문이 닫혀 있다”면서 지도정보 반출 허용을 재차 요구했다.

하지만 구글 주장에 대해 국내법을 무시하는 행태인 데다 국내 업체들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구글이 지도를 관리하는 서버를 한국에 두고 다른 국내 업체처럼 정부의 심사를 받으면 지도 정보를 이용하는 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구글은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분산 저장하기 때문에 국내에 서버를 두더라도 지도 반출이 허용돼야 한다”며 국내에 서버를 두는 게 의미 없다는 주장이다.

업계에선 구글이 한국에 내야 할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글은 현재 국내에서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세금은 거의 내지 않는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순이익 중 일부만 세금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비스는 미국에 있는 구글 본사에서 제공하고 마케팅, 영업 등 일부 업무만 구글코리아에서 하기 때문에 법인세 부과 대상이 아니다. 만약 구글이 서버를 한국에 두게 되면 고정 사업장을 갖게 돼 법인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인터넷진흥원 최희원 수석연구원은 “혁신적이고 놀라운 무인자동차, 드론 등 차세대 기술을 보여준다면서 얼마 되지 않는 세금으로 싸움을 벌이는 것에 실망하고 있다”면서 “구글은 서버를 한국에 두고 매출을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글이 지도 반출을 볼모로 한국에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네이버 윤영찬 부사장은 “구글이 마치 지도 반출을 안 하면 모든 혁신이 없는 것 같이 말하고 있다”면서 “국내 업체들도 내비게이션, 도보·자전거 길 찾기 등을 다 하고 있다”고 구글에 목소리를 높였다. 윤 부사장은 “지도 반출 때문에 구글이 서비스 퀄리티를 낮추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25일까지 지도 반출 여부를 결정한다. 12일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 2차 회의에서 결론이 날 가능성도 있다.

국내 업체가 구글코리아와 온라인 검색 광고 계약을 체결할 때 구글코리아가 아닌 구글 싱가포르와 하는 것도 논란거리다. 구글 싱가포르와 계약을 하면 매출이 해외에서 발생한 것으로 잡혀 구글코리아에 세금을 부과할 수 없게 된다. 페이스북도 광고 계약을 할 때 페이스북코리아가 아닌 페이스북 아일랜드 법인과 계약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영찬 네이버 부사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구글이 한국을 걱정한다면 먼저 한국에서 번 돈을 정당하게 세금으로 내라”고 비판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OS의 절대적인 점유율을 기반으로 ‘갑질’을 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지배력 지위 남용 혐의로 구글코리아를 조사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OS를 스마트폰 제조사에 공급하면서 구글 앱 선탑재를 강요했다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14년 ‘선탑재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제조사와 이통사 앱 중 필수적인 것을 제외하고 강제 설치를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구글은 이를 무시하고 자사의 선탑재 앱을 그대로 설치하고 있다.

공정위는 구글이 국내 중소 게임 업체들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의혹도 조사 중이다. 게임업계에서는 구글이 게임광고 자회사인 ‘애드몹’을 사용토록 업체들에 강요하면서 말을 듣지 않으면 불이익을 준다는 불만이 나온다.

최근 카카오게임이 선보인 ‘원 포 카카오’가 구글 스토어에서 검색이 안 되는 일도 있었다. 게임 검색뿐만 아니라 광고 노출도 안 됐다. 이 게임은 카카오가 새로 출범한 게임 퍼블리싱 브랜드 ‘카카오게임S’의 첫 번째 작품이었다. 남궁훈 카카오 게임총괄부사장은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데 모두 카카오게임의 주요 전략을 시행할 시점에 일어났다”고 말했다.

글=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