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롯데 수사 두달… ‘신동빈 그림자’ 쫓는 檢

입력 2016-08-09 00:25
속전속결을 호언했던 검찰의 롯데그룹 비리 수사가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 소환을 앞두고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이번 수사의 핵심인 신 회장의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된다.

일부 오너 일가, 계열사 수사는 활발

검찰은 일부 총수일가 비리 혐의를 상당 부분 포착했다. 우선 신격호(94) 총괄회장의 6000억원대 탈세 혐의와 관련해 서미경(56·여)씨와 서씨의 딸 신유미(33) 롯데호텔 고문이 조만간 검찰에 소환될 전망이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이 사실혼 관계인 셋째 아내 서씨와 장녀인 신영자(74) 이사장 등에게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 지분 6.2%를 몰래 증여해 증여세를 포탈했다는 혐의를 수사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8일 “일차적으로 서미경씨, 다음으로 신유미씨를 조사해야 할 것 같고 신 이사장도 조사 대상”이라며 “서씨 등이 일본에 머무르고 있어 변호인을 통해 소환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 이사장은 롯데면세점 입점 관련 일부 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이미 구속 기소된 상태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 소환도 검토하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 수사도 활발하다. 검찰은 롯데홈쇼핑이 채널 재승인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해 일부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로비를 벌인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다. 롯데케미칼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사기를 벌여 270억원 상당의 세금을 환급받은 의혹도 확인해 기준(69) 전 롯데물산 사장을 구속하기도 했다.

신동빈 회장은?

그러나 신 회장 얘기가 나오면 상황이 달라진다. 검찰은 6월 10일 서울중앙지검 전체 인력 3분의 1에 해당하는 검사와 수사관 240명을 투입해 대대적인 롯데그룹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로도 10여 차례 추가 압수수색이 이어졌다. 압수수색 초반 검찰은 신 총괄회장의 비밀금고에서 현금 30억원과 각종 장부를 압수한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비자금 출처를 밝힐 결정적 증거를 잡았다는 말이 돌았다. 지난달 12일 이후에는 신 회장과 그의 가신(家臣)으로 불리는 이인원(69) 그룹 정책본부장, 황각규(61) 정책본부 운영실장을 비롯해 핵심 계열사 전현직 대표 8명의 개인계좌 추적에 나서며 비자금 실체에 한층 다가선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신 회장이나 그의 가신그룹이 당장 검찰에 소환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수사 초기에 비해 후속 움직임이 없는 현 상황이 다소 의아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롯데 수사 자체가 난관에 봉착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신중해진 검찰

수사 초반 검찰이 보여줬던 자신감에 비해 요즘 신중해진 검찰의 발언도 이 같은 정황을 뒷받침한다. 검찰은 수사 시작 당시 “오랜 내사를 했고 속전속결로 끝내겠다”고 했다. 8개월을 지속한 지난해 포스코 수사처럼 길게 끌 일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롯데의 자료제출 거부, 주요 혐의자 구속영장 기각 등 영향으로 수사 관련 어려움을 호소하는 일이 잦아졌다. 롯데그룹 수사에서 ‘포스코의 향기’가 느껴진다는 말조차 나온다. 검찰은 이날 신 총괄회장 금고에서 발견된 돈의 성격에 대해 “비자금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한 적이 없다”며 한 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상대적으로 롯데그룹은 담담한 분위기다. 롯데 관계자는 “수사 초반 직원들이 동요하고 힘들어했지만 지금은 평상시처럼 업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글=노용택 양민철 기자 nyt@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