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공교회-부천 서문교회] 다음세대 키우기 올인… 교회학교 어린이 1000명 달해

입력 2016-08-09 19:23
경기도 부천시 부흥로 서문교회가 위탁운영하고 있는 중1동 어린이집 아이들이 지난 5일 이성화 목사와 함께 손을 머리 위로 들고 하트 모양을 만들며 즐거워하고 있다. 부천=강민석 선임기자
부천 서문교회 전경
지난 5월 서문교회가 3층 영아실에서 아기학교를 열고 있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지난 4월 서문교회 ‘어와나’ 교육에 참여한 아이들이 게임을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 서문교회 제공
서문교회 이성화 목사
경기도 부천시 부흥로 서문교회(이성화 목사)는 매년 4월과 9월 두 차례 아기학교를 연다. 12∼48개월 아이들을 대상으로 8주간 블록놀이, 점토놀이, 손유희 등을 하며 아이의 감성 개발을 돕는다. 2011년 시작한 아기학교는 지역에 입소문이 나면서 이제는 교인보다 지역주민들이 더 많이 찾는다. 기독교인이 아닌 부모의 자녀들도 아기학교에서 성경동화나 축복기도를 받다보면 자연스럽게 하나님의 자녀로 성장할 수 있게 된다. 지난 5일 서문교회 담임목사실에서 이성화 목사를 만났다.

◇영아기 때부터 신앙으로 키우는 교회=이 목사의 책상엔 육아서적인 ‘엄마, 궁금한 게 너무 많아요’가 놓여 있었다. 그는 영아기 때 자녀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강조했다.

“예수님을 잉태한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방문했을 때, 엘리사벳의 뱃속에 있던 세례요한이 기뻐 뛰어 놀았다(눅 1:44)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어요.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아이들의 인격이 형성된다는 얘기죠. 태어난 뒤 세 살까지는 아이가 어떻게 성장할지 방향성이 결정되는 시기입니다. 이럴 때 하나님의 말씀으로 양육하는 게 중요합니다.”

예수님을 몰랐다가 아기학교를 통해 복음을 받아들이는 부모들도 많다. 2011년 아기학교에 참가했던 남상순 집사가 그렇다. 서문교회 교인들로 이뤄진 아기학교 교사들의 헌신과 따뜻한 마음에 감동받아 교회에 등록했다. 남 집사는 “아이가 아기학교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모습을 본 뒤부터는 아기학교 열리는 날이 기다려졌다”며 “아기학교는 불신자였던 제가 하나님을 만나는 통로였다”고 말했다. 남 집사는 현재 아기학교 교사로 섬기고 있다.

서문교회 건물 옆에는 중1동 어린이집이 있다. 교회는 지자체로부터 위탁받아 이 어린이집을 운영한다. 입구에 놓인 손 소독기로 손을 씻은 후 놀이방으로 들어가니 아이들은 종이로 만든 벽돌을 쌓아올리며 놀고 있었다. 누구나 어린이집을 찾아와 교사들이 어떻게 교육하는지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급식 조리과정도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했다. 이곳에 아이를 맡기고 싶어 하는 주민들의 신청이 쇄도해 지난해에는 대기인원만 200명이나 됐다.

◇아이들을 인정받는 일꾼으로 키우는 교회=서문교회의 다음세대를 위한 프로그램은 이뿐만이 아니다. 4∼14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지난 4월 ‘어와나(AWANA)’ 교육을 시작했다. 어와나는 195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청소년 선교 교육 프로그램으로 ‘부끄러울 것이 없는 인정받는 일꾼(Approved Workmen Are Not Ashamed)’이라는 뜻이다. 아이들을 신앙 안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어와나 교육엔 현재 학생 56명과 교사 21명이 참여하고 있다. 토요일 오전 10시에 모여 2시간동안 달리기, 줄다리기 등 게임을 하고 찬양·율동을 한다. 성경 암송도 실시한다.

이 목사는 “고등학교에 가면 입시경쟁으로 인해 신앙 교육이 쉽지 않다”며 “4∼14세 아이들을 신앙으로 교육하는 데 집중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경을 얼마나 잘 외웠나, 교회 출석은 잘하고 있나, 어와나 교육에 임하는 태도, 성경퀴즈 등 성취도에 따라 배지를 주고 옷에 달게 해 동기를 부여한다.

서문교회에서 어와나 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혜영 집사는 “한 주 한 주 지날 때마다 조금씩 변화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하나님이 함께하심을 깨닫게 됐다”며 “어와나 시간에 암송한 말씀들이 아이들의 삶 속에서 살아 역사하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와나 교육을 받고 있는 모혜린양은 “처음엔 토요일에 교회를 가야하는 게 싫었지만 말씀을 외우면서 ‘내 시간보다 더 소중한 건 하나님’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서문교회는 부모로부터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지역 아이들을 돌보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서문교회가 운영하는 아동복지시설 보람지역아동센터는 집안 형편이 어렵고, 학업 성적도 부진한 아이들을 보호해 주는 곳이다. 독서교실, 학습지도, 영어교실 등을 통해 부진한 학습을 보충하는 학습지원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볼링 배드민턴 승마 독서 풋살 공예 등의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특기를 살려주는 역할도 한다.

◇“한국교회 미래는 교회학교에”=대부분 교회가 저녁예배를 오후예배로 전환하고 있지만 서문교회는 여전히 저녁예배를 고집한다. 오후에 예배를 드리면 교사모임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어 교회학교가 방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목사는 교회학교 교사 교육에도 남다른 관심을 보인다. 그는 틈날 때마다 교사들에게 “모든 교육의 근본은 성경에 있다”고 강조하며 아이들에게 헌신해 달라고 당부한다.

이렇게 다음세대에 초점을 맞춰 사역을 하다보니 전체 교인 3500명 중 교회학교 아이들이 1000명에 달한다. 지난해 11월엔 아예 교회학교 아이들만을 위한 건물을 세웠다. 이 목사는 “한국교회가 성장할 수 있었던 건 교회학교의 역할이 컸는데 지금은 대부분 교회가 어른 중심이고, 심지어 교회학교가 없어지는 교회들도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한국교회가 다시 성장하려면 교회학교가 회복돼야 한다”며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신앙으로 성장해야 한국교회에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문교회 이성화 목사

신대원 2학년때 집 거실서 교회 시작… 하루도 안 거른 새벽기도가 부흥의 힘


이성화 목사는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2학년이던 1984년에 서문교회를 세웠다. 청년 2명과 함께 이 목사의 집 거실에서 예배를 드린 게 서문교회의 시작이었다. 개척비용은 헌금 바구니와 타종을 사는데 든 8000원이 전부였다. 3개월 뒤 인근 상가건물을 빌려 예배를 드렸다. 10여년이 지나 1998년 외환위기 때 829㎡의 종교 부지를 매입해 지금의 교회를 건축했고, 교인 수 3500명의 교회로 성장했다.

이 목사는 교회 성장의 가장 큰 원동력을 새벽기도에서 찾는다. 그는 “교회개척 후 지금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새벽기도를 드렸다”며 “새벽기도는 잠자는 영혼을 맑게 해준다”고 말했다. 이 목사가 새벽기도를 유달리 강조하는 데는 사연이 있다. 군 입대 전, 새벽종을 치는 교회 목사에게 시끄럽다고 항의하러 갔다가 우연히 예배에 참석했고 이후 40일동안 새벽기도를 드린 뒤 하나님을 만나게 된 것이다. 군 생활을 하면서도 결핵으로 군 병원에 입원한 뒤 새벽에 하나님께 부르짖어 치유 받고 목회자를 서원했다. 간호장교 출신의 사모도 이때 만났다.

이 목사는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하며 목회를 하고 있다. 한 달에 두 번은 부천 원미경찰서에 찾아가 경찰관들과 함께 예배를 드린다. 수원시청 공무원 멘토로 활동하며 이들의 고충이나 고민을 해결해 준다. 자살예방 활동을 하는 부천생명의전화 이사장, 부천기독교총연합회 총회장, 경기기독교총연합회 상임회장 등도 맡고 있다. 이 목사는 총신대·연세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미국 캘리포니아 트리니티대학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부천=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