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먼저 주목하는 한국 영화

입력 2016-08-09 20:08
판타지아 국제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부산행’(위쪽)과 베니스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진출한 ‘밀정’의 한 장면. 각 영화사 제공

한국은 명실상부한 영화강국이다. 시장 규모 면에서 전 세계 상위 10위권 내에 안착한 지 오래다. 질적 성장을 함께 이뤄내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해외에서 먼저 우리 영화에 주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올해 첫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부산행’은 앞서 제20회 판타지아 국제영화제 대상을 수상했다.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이 영화제 경쟁부문 시상식에서 당당히 최고 작품으로 호명됐다. 판타지아 국제영화제는 북미 지역 최대의 장르 영화제다.

이외에도 ‘부산행’은 제65회 멜버른 국제영화제(7월 28일∼8월 14일), 제49회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10월 7∼16일) 등에 잇따라 초청됐다. 지난 5월 열린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진출해 현지 호평을 받기도 했다. 실사영화를 처음 찍은 연상호 감독의 센세이셔널한 데뷔다.

이미 해외에서 실력과 명성을 인정받은 국내 감독들이 적지 않다. 김기덕 김지운 박찬욱 임상수 홍상수 감독에 대한 관심은 특히 높다. 신작이 나올 때마다 해외 유수 영화제들에서 러브콜이 쏟아진다.

김지운 감독의 ‘밀정’과 김기덕 감독의 ‘그물’은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제73회 베니스 국제영화제(8월 31일∼9월 10일) 비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김기덕 감독은 무려 7번이나 이 영화제에서 부름을 받았다.

김지운 감독은 ‘밀정’으로 제41회 토론토 국제영화제(9월 8∼18일)에도 간다. 김성수 감독의 ‘아수라’,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와 나란히 토론토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올랐다.

배우 김민희와의 불륜설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홍상수 감독은 신작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으로 제64회 산세바스티안 국제영화제(9월 16∼24일)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점차 일부 유명 감독의 작품만이 아닌 폭넓은 장르의 다양한 영화들이 조명되는 추세다. 나날이 높아지는 한국영화의 위상을 실감케 한다.

10일 개봉하는 김성훈 감독의 ‘터널’은 지난 3일부터 13일까지 열리는 제69회 스위스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피아짜 그란데 갈라 섹션에 한국영화 최초로 초청됐다. 더불어 ‘부산행’ ‘아가씨’ ‘곡성’(감독 나홍진)과 함께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오피셜 판타스틱 오르비타 섹션에도 들었다.

이재용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윤여정이 주연한 ‘죽여주는 여자’는 판타지아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과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은 제66회 베를린 국제영화제를 비롯한 세계 10여개 영화제에서 소개됐다.

해외영화제 진출은 곧 공정한 절차를 통해 작품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읽힌다. 제작사나 배급사 측에서 영화를 홍보할 때에 적극 활용하는 이유다. 실제 관객의 선택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일례로 올해 칸영화제에 초청됐던 ‘아가씨’ ‘곡성’ ‘부산행’은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