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번 참고 받아들인 도움, 나를 얽어매더라”

입력 2016-08-09 20:07
최근 종영한 OCN 드라마 ‘38사기동대’는 평범한 공무원 백성일(마동석)과 기발한 사기꾼 양정도(서인국)가 고액세금체납자들에게서 세금을 받아내는 이야기로 호평 받았다. 아래쪽은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들춰낸 SBS 드라마 ‘원티드’의 한 장면. OCN·SBS 제공

“딱 한 번만 참고 도움 받으면 된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세상이 그렇더라. 편의는 특권이 되고 호의는 뇌물이 되고 침묵은 범죄가 돼.”

최근 종영한 OCN 드라마 ‘38사기동대’에서 가상도시인 서원시 천갑수 시장(안내상)의 대사다. 더 좋은 정치를 하겠다는 명목으로 불의에 눈 감고 돈에 굴복했던 천 시장의 뒤늦은 후회였다.

권력이 부유층에 제공한 편의는 불의한 특권이었고, 불법을 눈감아주고 받았던 돈은 호의가 아니라 뇌물이었고, 불의에 눈감은 결과는 수많은 범죄로 이어졌다. 이는 드라마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현실은 이보다 더 지독하기도 하다.

드라마는 종종 이렇게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극적인 장치를 동원해 사회문제를 고발하고 주인공들의 활약으로 이를 해결한다. 시청자들은 통쾌하게 대리만족을 느끼거나 우리가 처한 현실의 씁쓸함을 함께 나눈다.

최근 드라마 중에는 ‘38사기동대’와 SBS 드라마 ‘원티드’가 잘 만들어진 현실고발 드라마로 호평을 받고 있다. ‘38사기동대’는 부패한 권력의 비호를 받으며 수백억∼천억원의 체납 세금을 내지 않는 이들을 응징했다. 스릴러물인 ‘원티드’는 가습기 살균제 이슈를 다루며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38사기동대: 모든 국민은 납세 의무를

이 드라마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납세의 의무 앞에 모든 국민은 평등하다는 것.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에 이런 드라마가 만들어졌다.

마동석이 연기한 시청 세무징수과 백성일 과장은 ‘백성1’과 같은 눈에 띄지 않는 사람이었다. 평범한 백성일은 부유하고 약아빠진 이들이 세금을 수백억 이상 체납하고도 잘 살고, 가진 것 없고 아는 것 없는 서민들은 가난한 살림에 압류를 당하는 모습 등을 오랫동안 안타까워만 해 왔다. 하지만 영리한 사기꾼 양정도(서인국)를 만나면서 달라진다. 둘은 ‘사기로 체납 세금을 받아낸다’는 기상천외한 발상을 실행에 옮긴다.

백성일과 양정도는 팀을 이뤄 고액 체납자들을 상대로 사기를 친다. 그렇게 받아낸 세금이 60억원, 500억원, 1000억원이다. 밀린 세금을 받아내는 사기 행각은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했다. 영화 같은 연출, 반전이 거듭되는 스토리, 마동석 서인국 안내상 등 출연진의 열연으로 이 드라마는 OCN 개국 이래 최대 시청률(평균 5.9%·닐슨코리아 제공)을 기록했다.



원티드: 가습기 살균제 이슈 다뤄

웰메이드 스릴러로 호평 받고 있는 ‘원티드’는 톱스타 정혜인(김아중) 아들의 납치, 유괴범의 요구에 따라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자극적인 생방송과 방송 윤리의 문제, 미션 수행 중 밝혀진 아동학대범 살인사건 등이 얽히고설켜 있었다.

하지만 모든 사건들은 사실 한 가지 주제로 향해 있었다. 가습기 살균제의 피해 사실을 알리고, 가습기 살균제의 위해성을 알고도 방조한 재벌기업 대표의 사과를 받는 것이었다. 지난 3∼4일 방송된 13∼14회에서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다룬 게 확인되면서 시청자들은 격한 공감을 쏟아냈다. 드라마는 누구도 피해자가 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드라마에서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은 매우 과격하다. 납치, 감금, 협박, 살인 등 범죄가 동원됐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그 방식에 은근한 지지를 보낸다. 그렇게 해서라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억울함을 해소하려는 피해자들에게 감정이 이입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현실이 부당하고 답답하다는 것을 반영하는 반응이기도 하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