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에 뜬 ‘여덟개의 별’을 따라… 청춘들 ‘나의 길’을 찾다

입력 2016-08-08 19:10 수정 2016-08-08 21:15
지난달 31일 중국 충칭시 백제성에서 ‘2016 대학생 동북아 대장정’에 참여한 대학생 100명이 제갈량의 동상을 배경으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백제성은 소설 삼국지연의에서 유비가 아들을 제갈량에게 맡기고 임종한 곳이다. 대산문화재단 제공
장강(양쯔강)과 청춘.

100명의 대학생들에게 어울리는 주제였다. 지난달 31일 도도한 장강의 물결을 따라 흐르는 배 안. ‘2016 대학생 동북아 대장정’ 프로그램으로 중국 장강을 찾은 대학생들에게 ‘장강과 청춘’이라는 백일장 주제가 주어졌다.

이백과 두보의 한시,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등 수많은 중국 문학의 무대가 된 장강. 전체 길이가 6300㎞로 중국에서 가장 길고, 세계에서도 세 번째로 긴 강이다. 학생들을 태운 배 옆으로 중국 돈 10위안 뒷면에 그려진 ‘구당협’의 절경이 펼쳐졌다. 그 강 위에서 청춘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권새나(24·여·가톨릭대 국제학부)씨는 “조용하게 제 갈 길을 가는 강물을 보며 힘들지만 힘든 내색도 못하고 묵묵히 취업을 준비하는 청춘의 모습이 떠올랐다”며 “가파른 절벽에서도 울창하게 뿌리내린 나무를 보며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장은진(21·여·충남대 중어중문학과)씨는 “구불구불한 강줄기를 따라 오랜 세월 깎인 바위가 보인다. 청춘도 구불구불한 길 위에서 때로는 깎이는 아픔을 겪고, 꿈을 이루기 위해 멀리 돌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장강의 풍경이 아름답듯 청춘도 아름답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교보생명과 대산문화재단이 주최한 ‘대학생 동북아 대장정’은 미래 주역인 대학생들이 동북아의 역사와 문화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바람직한 미래상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매년 열리는 프로그램이다. 2002년 시작돼 15회째를 맞았다. 올해는 7월 28일부터 8월 4일까지 7박8일 일정으로 중국 충칭부터 상하이까지 장강을 따라 진행됐다. 무구한 역사를 담은 장강을 찾아 중국을 빛낸 역사 속 위대한 인물들의 발자취를 따라갔다. 학생들은 10㎏이 넘는 배낭을 둘러메고,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 속에 대장정 길에 올랐다.

이번 대장정의 주제는 ‘장강에 뜬 여덟 개의 별들’. 오늘의 중국을 있게 만든 실리주의 혁명가 덩샤오핑, 평탄치 않은 길에도 낙심하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길을 가고자 했던 이백과 두보 등 8명의 인물과 관련된 탐방지를 찾았다.

장주원(23·한국외대 동양어대)씨는 덩샤오핑 생가에서 “직접 와보니 생각보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고, 기념관에 관광객이 많아서 놀랐다”며 “남을 이기는 것은 쉬워도 자기 자신의 고집과 사상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데 덩샤오핑이 사회주의 국가에서 시장경제체제를 끌어낸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삼국지의 주인공인 유비가 제갈량에게 아들을 맡기고 최후를 맞았던 백제성, 관우의 얼이 서려있는 형주 고성을 거쳤다. 장강의 가장 큰 호수인 동정호와 가장 큰 부두인 서진도에선 배낭을 짊어지고 트레킹 길에 올랐다. 김동우(23·영남대 전자공학과)씨는 “대장정에 오니 진짜 다양한 친구들이 많아 제 꿈을 이뤄낼 에너지를 많이 얻고 간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인상적인 것은 유비의 섬기는 리더십”이라며 “본인보다 능력이 뛰어난 인재를 발탁해 적재적소에 앉히고, 한번 쓴 사람은 끝까지 믿는 신뢰의 리더십이 지금 우리 사회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장정의 길 위에서 학생들에게 강의를 들려준 이는 박재우 한국외대 교수다. 그는 “장강의 여덟 개의 별 중 사마천 유비 관우 제갈량 두보 이백은 중국의 전통문화를 일궈온 인물, 루쉰과 덩샤오핑은 오늘의 중국을 만든 중요한 인물이다. 오늘날 미국과 맞설 수 있는 최대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을 둘러본 대장정이 학생들 인생에 밑거름이 되고, 민족의 지도자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최한 대산문화재단의 곽효환 상무는 8일 “장강에서 만난 이들은 중국 역사 속 인물이지만 현재 우리 청년들의 고민과도 연관돼 있다. 대장정을 통해 청년들이 자신의 꿈과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흐뭇하다”고 평했다. 대장정에는 1차 무작위 추첨(총 1000명), 2차 필기시험, 3차 심층면접과 건강검진 등을 거쳐 남녀 각 50명씩 선발됐다.

장강(중국 충칭∼상하이)=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