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다 방전되면 어떡하나’ ‘모터만으로 일반차처럼 달릴 수 있을까’ 전기자동차에 따라붙는 많은 우려들을 현대차가 불식시켰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이하 일렉트릭)은 한 번 완충으로 191㎞를 간다. 주행성능도 손색이 없다. ‘충전 인프라 구축’이라는 마지막 숙제만 남았다.
‘출퇴근 정도는 거뜬’…국내 최초 상용 전기차
지난달 14일 서울 도심에서 일렉트릭을 시승했다. 여의도에서 출발해 올림픽대로→영동대로→강변북로를 거쳐 강동구 고덕동의 한 카페까지 왕복하는 60㎞ 구간 코스였다. 시승은 상위모델인 Q트림으로 진행됐다.
디자인은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와 거의 비슷하다. 차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라디에이터 그릴이 막혀 있다는 점만 달랐다. 식혀줘야 할 내연엔진이 없기 때문에 택한 디자인이다. 일반 차량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는 전면 마스크가 답답해 보일 수도 있다. 내부에 앉으면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기어봉이 없다는 점이다. 주차(P), 전진(D), 후진(R), 중립(N) 모두 버튼으로 조작한다. 전기차라는 정체성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주행모드를 노멀에 놓고 출발했다. 엔진소리가 없어 시동이 걸렸는지 착각할 정도의 정숙성이 무기다. 오히려 너무 조용한 탓에 차량 주변의 공기마찰 소음들이 부각될 정도다. 시속 80㎞로 달릴 때 소음측정을 해보니 눈금이 50∼60㏈을 오갔다. ‘조용한 사무실’과 ‘대화 수준’의 소음 사이다. 현대차는 보행자가 소리 없이 지나가는 차에 놀랄 가능성에 대비해 가상엔진사운드 시스템까지 장착했다.
엑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면 곧바로 회생제동이 걸리면서 배터리가 충전된다. 일반 차량에서 엔진브레이크가 걸리는 느낌과 흡사하다. 회생제동 수준은 스티어링 휠 뒤에 장착된 패들 시프트로 0∼3단계까지 조절하도록 했다. 연비주행에 신경쓰지 않고 달렸음에도 연비는 ㎾h당 7.4㎞를 기록해 공인연비 6.3㎞보다 높게 나왔다. ㎾h당 10㎞를 넘긴 기자들도 적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은 주행모드를 스포츠에 놓고 달렸다. 스티어링 휠은 무거워지고, 조향에 따른 차체 반응속도도 민첩해졌다. 시속 130㎞까지 아무런 무리 없이 뻗어 나갔다. 정지상태에서 100㎞까지 도달하는 제로백 시간(노멀 기준)은 10초대로 결코 주행성능에서 뒤쳐진다고 말할 수 없다.
부족한 전기충전소 구축이 남은 과제
그러나 부족한 충전소 수는 여전히 소비자들을 망설이게 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전기차용 급속·완속 충전기 수는 전국에 688개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대부분 수도권과 일부 대도시에 집중돼 있는 실정이다. 일렉트릭이 국내 전기차 중 최장인 191㎞라는 주행가능거리를 확보했지만 출퇴근용이 아닌 도시간 장거리 이동에는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특히 몇 분 만에 주유가 가능한 가솔린·경유차와 달리 급속충전에만 20∼30분이 소요되는 전기차의 특성(완속충전은 4시간 이상)을 감안하면 충전소 확충이 필요하다. 현재 전기차 비중이 0.2%에 불과하지만 미세먼지와 디젤게이트 등과 맞물려 앞으로 늘어날 수요를 고려하면 인프라 확충 필요성은 더 커진다.
현대차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일렉트릭에는 충전소 검색 버튼만 누르면 가장 가까운 순으로 충전소를 표시하는 기능을 장착했다. 주행가능거리 내에 있는 충전소는 녹색으로 표시되며 도달 위험·불가 지역은 각각 적색과 회색으로 표시된다.
충전 인프라 구축에도 직접 나서는 중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포스코ICT와 업무협약을 통해 마트 등 공용시설에 총 120여기, 현대차 사업소에 138기의 충전시설을 설치했다. 향후 공용 충전소 보급과 홈충전기 설치 대행서비스 등 인프라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일렉트릭 출고고객을 상대로 길에서 방전 시 직접 찾아가 충전을 해 주는 무상출장충전 서비스도 올 하반기 제주도를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아이오닉 일렉트릭 타보니… 출퇴근 거뜬 장거리 뛰기엔 충전 인프라 아쉬워
입력 2016-08-09 1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