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히토(82) 일왕의 왕위를 이어받을 나루히토(56) 왕세자가 향후 한·일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일본 헌법은 일왕의 정치 개입을 금지하고 왕가의 대외활동에는 내각의 조언과 승인이 필요하다고 규정돼 있다. 그럼에도 아키히토는 아베 신조 내각과는 다른 역사관을 꾸준히 밝히면서 수면 아래에서 마찰을 빚었던 게 사실이다.
아키히토의 아버지 히로히토 일왕(재임 1926∼1989년)은 전쟁을 묵인하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를 침략해 학살을 자행했다는 비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1984년 “양국 간 불행한 과거가 있었던 것은 유감”이라는 식으로 간단하게 한·일 관계를 언급한 바 있다.
반면 아키히토는 평화주의자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11세 때 일본의 패전을 지켜본 그는 전후 미국인 가정교사로부터 민주주의와 ‘상징천황제’를 교육받고 평생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15일 종전 70년 전몰자 추도식에 참석한 그는 “과거를 돌아보고 앞선 전쟁을 깊이 반성한다. 앞으로 전쟁의 참화가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일왕이 전몰자 추도식에서 과거사를 ‘깊이’ 반성한 것은 처음이었다. 아키히토는 특히 중국 사이판 필리핀 팔라우 등을 방문해 전몰자 위령비를 참배했다. 사이판을 방문한 2005년에는 예고 없이 한국인 희생자 추도 평화탑에 들러 묵념했다.
아키히토는 한국과의 인연도 여러 번 언급했다. 1990년 노태우 대통령이 방일했을 때 “우리나라에 의해 초래된 불행한 시기에 귀국민이 겪었던 고통을 생각하면 통석의 염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는 “1300년 전 천황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 자손이었다. 한국과의 인연을 느끼고 있다”고 발언해 일본 우익 인사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2007년에는 도쿄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사망한 이수현씨를 소재로 만든 영화를 관람했다. 지난달에는 도쿄국립박물관에서 열린 한·일 반가사유상 전시전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왕 부부는 한국 방문 의사를 여러 차례 피력했다고 알려졌지만 아직 성사된 적은 없다.
나루히토는 아버지의 역사관을 그대로 이어받아 평화주의를 추구한다고 평가된다. 그는 지난해 55번째 생일에 기자회견을 열고 “나는 전후 태생이라 전쟁을 체험하지 않았다. 하지만 겸허하게 과거를 되돌아보고 전쟁을 모르는 세대에게 일본이 걸어온 역사를 올바르게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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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아키히토, 평화주의자… “과거 전쟁 깊이 반성”
입력 2016-08-08 17:40 수정 2016-08-08 2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