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은행들 ‘모바일 플랫폼’ 전쟁 중

입력 2016-08-09 00:00

4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은행에 환전하러 갔다가 “앱을 깔아주겠다”는 권유를 받았다. 창구직원이 “포인트를 현금으로 바꿀 수 있고 환전혜택도 있다”며 직접 자신의 스마트폰을 건네받아 포인트 앱을 깔았다. 엉겁결에 정체불명의 앱을 깐 A씨는 꺼림칙한 기분에 은행을 나서자마자 앱을 지웠다. 또 다른 직장인 B씨는 은행에 다니는 지인에게서 스마트폰에 앱을 깔아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직원 할당을 채우려면 어쩔 수 없다며 앱을 깔면 꼭 자신의 숫자코드를 입력해 달라고 알려줬다. B씨는 8일 “이전에도 친구 부탁으로 새로 나온 멤버십 서비스에 가입한 적이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은행 앱이 그다지 필요하지도 않은데 은행들이 가입 숫자 늘리기에만 열을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플랫폼은 혁신, 영업은 구태

모바일 뱅킹·결제 활용이 늘어나면서 은행들이 잇따라 고객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지만 영업 형태는 기존의 직원 할당문화를 답습하고 있다. 은행들은 ‘내 손안의 은행’(모바일뱅킹),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통합포인트’(통합멤버십) 등 신선한 발상을 내세우지만 영업현장에서는 어김없이 ‘직원 1인당 100명 가입 유치’ 등 구태를 되풀이한다. 통합멤버십의 경우에도 대부분 은행이 현금화할 수 있는 가입포인트를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권유를 받은 소비자들은 본인에게 맞는 서비스가 뭔지 꼼꼼히 따져보기도 전에 일단 가입부터 해야 하는 신세다. 은행 직원들도 새 상품이 나올 때마다 직원 할당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합멤버십처럼 새로운 서비스가 나올 때마다 지인들에게 앱 좀 깔아 달라고 가입을 부탁하게 된다”며 “가입할 때 1000포인트를 주는 식의 이벤트도 수익성이 맞지 않기 때문에 담당 부서에서는 반대하지만 은행장 등 윗선의 말 한마디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은행 모바일플랫폼 본격 경쟁 돌입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올해 핵심경영전략으로 비대면·모바일 채널 강화를 제시하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모바일뱅킹을 통해 중금리 신용대출과 간편송금 서비스, 자산관리 서비스 등 활용범위는 넓지만 서비스 유형은 비슷하다. 최근에는 신한금융의 FAN클럽 등 금융지주 계열사들의 서비스를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을 강조하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도 이날 서울 서대문구 본점에서 모바일 플랫폼인 ‘올원뱅크’ 선포식을 열고 경쟁에 뛰어들었다. 농협금융은 “올원뱅크는 전 계열사와 핀테크기업까지 참여한 오픈 플랫폼 모델”이라며 지주공동플랫폼으로서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올원뱅크에 로그인하면 은행상품뿐 아니라 NH농협손해보험의 여행자보험 가입, NH농협캐피탈과 NH저축은행의 대출 상담 등 전 계열사의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정희수 개인금융팀장은 “은행들이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대비해 기존 온라인 플랫폼을 정비해 내놓고 있지만 차별화된 서비스가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은행별로 강점을 지닌 분야를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백상진 우성규 기자 sharky@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