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뭔지’… 혈육 끊은 로또

입력 2016-08-08 18:33 수정 2016-08-09 09:51
아들이 로또 1등에 당첨됐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 주거침입죄로 고발당한 70대 노모가 지난 5일 경남 양산시청 앞에서 ‘패륜아들을 처벌해 달라’고 적힌 푯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양산시 제공

한 가족이 로또 1등 당첨이 화근이 돼 풍비박산났다. 로또 1등에 당첨된 60대 남성이 당첨금 분배를 놓고 갈등을 빚다 집으로 찾아온 가족들을 주거침입죄로 고발했고 노모는 패륜 아들 처벌을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벌이기에 이르렀다.

8일 경남 양산시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양산시청 현관 앞에서 부산에 사는 한 할머니(79)와 딸 2명이 ‘패륜아들 ○○○를 사회에 고발합니다’라는 글이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이 할머니는 경기도에 살던 아들 김모(62)씨가 지난달 23일 제712회 로또에서 상금 40억3448만원인 1등에 당첨된 후 가족들과 인연을 끊었다고 하소연했다.

일용직으로 일하며 어렵게 살던 김씨는 로또 1등에 당첨된 후 어머니가 사는 부산으로 내려왔고 이후 여동생 등 가족과 로또 당첨금 분배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김씨의 수령액은 세금을 공제하고 27억70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들은 김씨가 이혼한 뒤 할머니가 손주들을 돌봐준 점 등을 들어 당첨금 분배를 요구했으나 합의를 보지 못했다. 당첨금 분배 문제로 갈등을 빚던 김씨는 결국 가족에게 떠나겠다고 말한 후 양산으로 이사했다. 할머니 등 가족은 아들의 행방을 수소문한 끝에 사는 곳을 알아냈고 지난 5일 오전 10시40분쯤 김씨의 아파트를 찾아가 문을 열어줄 것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밖에서 두드려도 문을 열어주지 않자 화가 난 할머니의 사위(50)는 결국 열쇠수리공을 불러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던 중 인근 지구대에서 경찰이 출동했고 사위 등은 재물손괴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집주인인 김씨가 ‘무단으로 주거지에 침입했다“며 112에 신고해 출동한 것이었다.

할머니는 아들이 주거침입으로 가족들을 경찰에 고발했다며 “패륜 아들을 사회에 고발하려고 시위에 나섰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자신은 부산에 살지만 아들이 사는 곳이 양산이기 때문에 양산시가 아들의 잘못된 행위를 바로잡아 달라고 요구했다. 할머니는 두 딸, 사위와 함께 지난 7일 오후에도 김씨 아파트 입구에서 시위를 벌였다.

피켓 시위를 지켜본 시민들은 “로또 당첨이 뭐기에 가족 간에 저런 일이 벌어지느냐”며 씁쓸해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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