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싱크탱크 보고서 돈 받고 만들었다”

입력 2016-08-09 04:19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브루킹스연구소(사진)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싱크탱크다. 300명 이상의 각 분야 톱클래스급 전문가가 생산하는 보고서는 각국에서 정책적 근거로 자주 활용된다. 정부로부터 독립돼 있고 중립을 표방하는 민간 연구기관인 점도 이름값을 더한다. 1916년에 설립된 브루킹스는 스스로 ‘100년 역사의 양질의 보고서’ ‘독립성’ ‘영향력’ 3가지를 자랑스럽게 내세운다.

그런데 뉴욕타임스(NYT)와 보스턴대 탐사보도기관 뉴잉글랜드센터가 7일(현지시간) 공동으로 고발한 자료는 이런 브루킹스의 위상에 커다란 회의를 품게 한다.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브루킹스 보고서가 계속 순수하게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고발의 핵심은 브루킹스를 비롯한 대표적 글로벌 싱크탱크가 돈을 댄 기부자들을 위해 보고서를 ‘주문생산’했다는 것이다. 기업의 돈벌이에 싱크탱크가 적극적으로 앞장섰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미국 대형 건설업체인 레나는 2010년 샌프란시스코 해군기지 일대를 재개발하면서 브루킹스에 40만 달러(약 4억5000만원)를 기부했다. 환경오염을 이유로 환경단체와 시민들의 시위가 극에 달하던 시기였다. 이후 브루킹스는 “해군기지 개발사업은 경제적 발전과 아울러 세계적으로도 주목을 끌 획기적인 개발사업이 될 것”이라는 요지의 보고서를 생산했다.

싱크탱크가 보고서를 최종 발표하기 전 기업과 조율하거나 연구를 시작하기도 전에 연구자의 성향을 기업이 사전 체크하는 사례도 있다. 기업의 구미에 맞는 결과물이 도출되게끔 유도하기 위해서다.

기업에 유리한 보고서를 생산하면서 브루킹스는 각종 행사를 빌미로 기업과 고위관리의 만남을 주선했다. 에너지기업 히타치는 대표적으로 수혜를 본 기업이다. 브루킹스 주관으로 히타치 경영진과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고위관리는 자주 접촉했다. 히타치는 지난 10년 동안 브루킹스에 180만 달러(약 20억원)를 기부했다.

브루킹스 못지않은 명성을 자랑하는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도 비슷한 역할을 했다. 2013년 공격용 드론을 생산하는 군수업체인 제너럴 아토믹스는 CSIS에 적지 않은 기부금을 냈다. 얼마 뒤 CSIS는 이 업체 고위층과 군 관계자, 국무부 관계자의 면담을 주선했다. 특히 2014년에는 공격용 드론의 수출을 진작시키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보고서를 생산했고, 이듬해 제너럴 아토믹스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대규모 공격용 드론을 수출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미국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은 싱크탱크들에 수백만 달러를 써서 수십억 달러의 이득을 본다”면서 “싱크탱크가 기업의 돈벌이에 활용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비정부기구인 국제정책센터의 빌 굿펠로 소장도 “싱크탱크도 정치권만큼이나 부패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