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손잡는 21세기 술탄과 차르

입력 2016-08-08 18:24 수정 2016-08-09 18:12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반쿠데타 집회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집회에는 약 100만명이 참석해 터키 국기를 흔들며 에르도안을 열렬히 맞이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연설에서 “국민과 의회가 사형제 부활 결정을 내린다면 나는 이 결정을 재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AP뉴시스

터키와 러시아의 정상회담이 9일(현지시간) 열린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경제협력 방안과 시리아 내전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역사에 남는 방문이 될 것”이라며 “양국 관계의 새로운 장이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친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정상회담은 터키가 러시아와의 관계를 회복해 미국 및 유럽연합(EU)과의 갈등 국면을 타개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 이스탄불에서 7일 열린 집회에서 사형제 부활 논의를 비판하는 EU의 지적을 “미국과 일본도 사형제를 유지한다”는 식으로 되받아쳤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이 펫훌라흐 귈렌을 보호하고 있다”며 분노했다. 귈렌은 한때 에르도안 대통령의 친구이자 동지였지만 지난달 발생한 터키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되면서 숙청 대상이 됐다.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는 “망명 중인 귈렌을 터키로 넘겨달라”고 미국에 다시 요구했다.

터키는 미국과 EU가 아닌 러시아와 정치·경제적 동반자 관계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터키 전투기가 시리아 접경지역에서 러시아 전폭기를 격추하면서 양국 관계는 경색됐다. 그러나 지난 6월 말 에르도안 대통령이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 정상화의 물꼬를 텄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며 러시아를 경제난과 시리아 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열쇠로 보고 있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