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 결승전이 열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삼보드로무 경기장. 간헐적으로 거센 바람이 불었다. 장혜진(29·LH)-최미선(20·광주여대)-기보배(28·광주시청)는 속으로 웃고 있었다. 바람은 두렵지 않았다. 인천에서 이미 거센 바람을 다스렸기 때문이었다. 태극궁사들은 1세트에서 6발 가운데 5발을 10점에 꽂아 넣었다. 반면 러시아 선수들은 마음이 흔들렸고, 손이 흔들렸고, 활까지 흔들렸다. 결국 1세트에서 한 발을 6점에, 두 발을 8점에, 세 발을 9점에 쐈다. 승부는 사실상 1세트에서 갈렸다.
한국의 전략과 준비, 훈련은 모두 완벽했다. 한국 여자양궁이 올림픽 단체전 8연패를 달성한 것은 필연이었다. 한국 여자양궁 대표팀은 단체전 결승에서 러시아에 세트스코어 5대 1(58-49 55-51 51-51)로 승리하고 금메달을 따냈다. 1988 서울올림픽부터 리우올림픽까지 8연패 신화를 쓴 것이다. 세계양궁연맹(WA)은 한국을 견제하기 위해 이번 올림픽부터 단체전에도 세트제를 적용했다. 그러나 한국의 금메달 사냥을 막지 못했다.
한국 코칭스태프는 바람이 불자 배짱이 두둑한 맏언니 장혜진을 1번 사수로 내보냈다. 장혜진이 실수를 하더라도 풍향과 풍속 등의 정보를 2번 사수 최미선과 3번 사수 기보배에게 알려 주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 장혜진은 ‘정찰병’의 역할을 충실하게 소화했고, 에이스 최미선과 베테랑 기보배는 정확하게 타깃을 겨냥했다.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1세트에 올인했다. 국제대회 성적을 분석해 1세트에서 이기면 승률이 70%에 달한다는 통계를 얻어내서였다. 1세트를 58-49로 여유 있게 이긴 한국은 2, 3세트에서 다소 부진했지만 무난히 승리할 수 있었다.
대표팀은 지난달 28일 브라질 출발 이틀 전까지 바람이 심한 인천 계양아시아드양궁장에서 적응훈련을 했다. 태릉선수촌에선 삼보드로무 경기장을 그대로 재현해 놓고 경기감각을 조율했다. 훈련장 음악도 실전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것을 골랐다. 대한양궁협회가 가장 신경을 쓴 건 뇌파 훈련이었다.
서거원 협회 전무이사는 “선수들 뇌파를 측정해 가장 집중도 높은 타이밍을 찾아냈다”며 “시위를 당긴 뒤 장혜진은 2초 이내에, 최미선은 3초 안팎, 기보배는 3∼4초에 가장 집중도가 높았다. 외국에서 한국의 이런 첨단훈련을 벤치마킹하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전했다.
한국 양궁의 금메달 프로젝트는 이미 4년 전 2012 런던올림픽 때 시작됐다. 당시 양궁협회는 후원사인 현대자동차의 브라질 법인장 등을 런던올림픽으로 초청해 브라질 현지에 대한 정보를 확보했다. 벌써 양궁협회는 차기 올림픽 남녀 혼성팀도 준비하고 있다.
서 전무이사는 “3년 전 2020 도쿄올림픽에 남녀 혼성팀이 추가될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해 이미 대비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있기에 향후 10년 동안 세계 최강을 유지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양창훈 여자 대표팀 감독은 “거센 바람을 이겨낸 선수들이 대단하다”며 “발톱까지 빠져가며 정말 힘들게 훈련했다. 부담이 너무 컸지만, (우승이) 당연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고 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바람도 못 막았다… 한국 女양궁 ‘28년 天下’
입력 2016-08-09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