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보배(28·광주시청)에게 2년 전 3월 26일은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인천 계양구 아시아드양궁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0위에 머물렀다. 최종 선발전으로 출전할 수 있는 선수는 8명. 기보배는 그렇게 국가대표에서 탈락했다.
기보배는 당시 세계 랭킹 2위였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과 2012 런던올림픽에서 세계 최강 한국 여자 양궁대표팀을 금메달로 이끈 에이스였고,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영웅이었다. 하지만 국가대표 선발전 순위표에서 출전선수 12명 중 기보배보다 아래에 있는 선수는 단 2명뿐이었다. 국민영웅은 그렇게 추락했다. 그해 9월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경기장이 아닌 방송사 중계석에 앉아 활 대신 마이크를 들고 한국 여자양궁의 금메달을 지켜봤다.
한동안 대중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이런 무관심이 오히려 기보배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훈련에 몰입했다. ‘다른 선수들보다 무조건 10발씩 더 쏘겠다’고 마음을 먹고 훈련에 매진했다. 매일 7∼8시간씩 활시위를 당겼다. 400발의 화살을 과녁에 꽂아야 집으로 돌아갔다. 훈련량을 늘린 날엔 500발도 쐈다.
그렇게 꼬박 1년. 기보배는 지난해 3월 23일 강원도 동해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을 1위로 통과하고 태극마크를 되찾았다. 한 번 놓쳤다가 다시 잡은 국가대표 자격을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까지 놓치지 않았다.
국제대회 본선보다 어렵다는 한국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경쟁자들은 있었지만, 단 한 번도 3위 밖으로 밀린 적은 없었다.
기보배는 7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여자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장혜진(29·LH) 최미선(20·광주여대)과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러시아와의 결승전에서 세트스코어 5대 1(58-49 55-51 51-51)로 승리했다.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세계랭킹 1위 최미선이 2세트에서 흔들려 7점을 쐈지만 기보배는 두 발을 모두 10점에 맞혀 대표팀의 승리를 든든하게 지켰다. 기보배는 “규칙이 누적점수제가 아닌 세트스코어제로 바뀌었지만 모두 한마음으로 우승을 일궜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나눴다.
기보배는 한국 여자양궁이 지금까지 달성하지 못한 개인전 2연패를 조준하고 있다. 성공하면 리우올림픽 2관왕과 자신의 네 번째 금메달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여자양궁 개인전 결승전은 오는 11일 오후 4시43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리우스타-양궁 女 개인전 2연패 조준 기보배] 남보다 매일 10발씩 더 활시위 당긴 ‘女양궁 보배’
입력 2016-08-09 00:31